"최종 목표는 없어요. 우리는 자연의 일부잖아요. 자연스럽게 흐르듯이 살고 싶어요. 오늘은 신애님을 초대했으니 신애님을 자~알 대접하는 게 목표예요. 이 순간을 충실히 선물처럼 생각하며 살기를 원해요."
3년간 태수님을 중심으로 이 세 젊은 청년은 자발적인 깊은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3년간의 여정을 마무리 하면서 나를 초대해 주었고 감사하게도 나는 그들의 기적과 같은 3년의 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아마 대한민국에 아무런 조건 없이 이들보다 자발적으로 깊고 창의적인 공부를 하는 청년들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오랫만에 만난 그들에게서 나는 큰 에너지와 영감을 얻고 왔다.
얘기를 본격적으로 나누기 전에 함께 5키로를 달렸다. 5키로 코스 끝에 다다르니 천 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부신 종양 제거 수술이 잘 되도록 함께 소원을 빌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코스라고 했다. 이렇게 젊은 친구들의 진심과 배려에 나는 놀라고 감동했다.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
신애님 수술 전에 수술이 잘되길 함께 소원해 보아요.
다시 돌아오는 길엔 미리 도착 지점에 준비해 놓은 차를 타고 왔다. 사람 사이의 이해와 배려 따뜻한 마음이 어떤것인지 온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돌아온 그들의 아지트에서 공간들 구석구석 의미와 생명을 불어넣은 과정을 들었다. 할머니께서 물려주신 스러져 가는 집에 사랑과 정성으로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의미를 담은 따뜻한 공간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차를 마시는 방. 놀랍게도 40년은 되어보이는 카세트 플레이어와 오래된 테잎들이 있었다. 강산에, 카펜터스...ㅎㅎㅎ 본인이 태어나기도 전의 물건들을 어디에서 구했는지.
아지트에 대해 하나하나 정성껏 소개해 준 후 미리 준비해둔 식사를 내어왔다. 시금치 커리. 솥밥에 조미료와 가공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자연적인 재료와 향신료를 이용해 정성껏 차려낸 요리였다. 요리에도 수술을 앞둔 손님에 대한 배려와 정성이 듬뿍 담겨 있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후식으로 나온 표고버섯 카나페를 맛보며 나는 계속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븐에 구운 표고, 직접 만든 바질페스토, 질감을 위해 손으로 찢어 올린 잠봉, 그리고 레드페퍼 홀과 코코넛 가루.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한끼와 같았다.
그리고 이어진 대화. 그들의 3년간의 흔적들.
그날의 모든 얘기들은 경이로웠다. 그들이 이루어 낸 것들도 놀라웠지만 인간의 신념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관계와 그 관계를 중심으로 한 변화들이 더욱 놀라웠고 그 과정을 들을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린 사람들이지만 내 삶에 다시 영감을 불어넣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고마운 이들이다. 이런 인연이 있어서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