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느끼며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놀이라는 개념과 점점 멀어진다. 하지만 인간은 죽을 때까지 놀이가 필요한 존재이다. 놀이와 재미가 없는 삶은 우리를 삭막하게 만든다. 음주가무 같은 즉흥적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놀이가 아닌,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느끼고 조절해 나가는 경험을 하고, 할 때는 힘들 수도 있지만 하고 나서 일상을 살아갈 좋은 에너지가 보상으로 돌아오는 놀이를 하나 쯤은 취미로 가지고 있음 좋겠다. 몸의 노화는 막을 수 없지만, 마음이 노화 만은 막을 수 있는 그러한 놀이면 좋겠다. 70~80살이 되어도 눈에서 어린 아이 같은 빛이 나는 분들을 가끔 본다. 그런 분들을 통해 나도 그렇게 나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사계절 자연에서 노는 재미를 알아버렸다. 그리고 달릴 때 만은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과 에너지를 느껴본다.
#01 태양을 마주하며 맞이한 또 다른 한 해
등산은 달리기와 더불어 나의 또 다른 놀이이다. 그리고 산의 나의 놀이터이다. 매일 달리기를 할 때 등산을 하는 날은 등산으로 운동을 대체했다. 운동의 목적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기에, 절대 무리하지 않고 적절히 나 자신과 타협하면서 계획을 수정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핑계일 수 있지만 운동을 무리하게 해서 부상을 당하거나 다음 계획을 실행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를 피하기 위한 여우 같은 나의 변명이다.
새해 첫 날은 산에 올라 일출을 보는 경우가 많다. 새해 첫 날 나의 짝꿍과 일출을 보기 위해 함께 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나의 큰 행복이다. 기나긴 인생 여정에 같은 취미를 가진 짝꿍이 있다는 것은 삶을 한층 더 만족스럽게 해준다.
새해 첫날 영하 12도의 날씨와 바람을 가르며 산에 올라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보며 우린 또 다른 우리의 한 해에 희망을 걸어본다. 해마다 많은 일들을 함께 겪으며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했던 것처럼 새해에도 서로에게 무한 지지를 보낼 수 있길 바라며 일출 산행을 한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 있음에 진정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진하게 느낄 수 있고, 네가 있기에 내가 있음을 깨달아 가며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타인과 세상에 마음의 문을 열고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존재가 아닌가 한다. 오늘도 내일도 떠오르는 늘 변함없는 태양에 감사하며, 태양을 닮아가는 삶을 살고자 한다.
#02 눈 위로 달리기
사계절 쉬지 않고 달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만난다. 2021년 초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 눈이 내리면 달리기가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소복이 쌓인 눈 위를 달리는 것은 전혀 미끄럽거나 넘어질 위험이 없다. 눈이 녹거나 사람들이 많이 밟아 눌리고 다져진 눈 위를 달리는 것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눈이 내린 직후에 산책로를 달리는 것은 겨울의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눈 내린 날 공기와 눈을 가르며 달리면, 차가운 공기와 눈 내음을 흠뻑 마시며 달리는 기분이 최고이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 본다.
달리기가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함께 한다. 나 또한 달린 후 몸에 있던 안 좋은 많은 증상들이 완화되었기에 달리기 예찬론자가 되었다. 달리면서 무엇보다 좋은 것은 크게 호흡을 하고 곧은 자세를 유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주로 얕은 호흡을 하고 쉼호흡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달리는 동안 가슴을 열고 크게 호흡하지 않으면 산소 공급이 되지 않아 근육이 빨리 피로해지거나 심장이 답답함을 느끼거나 배가 아프기도 한다. 호흡을 일정하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음을 온 몸으로 느낀다.
추운 겨울에도 이불을 박차고 나아가 자연 속에서 충분히 깊은 호흡을 하면서 달려보자. 겨울에도 조금 달리기 시작하면 금방 체온이 올라가고 온몸과 마음의 순환이 원활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겨울엔 준비 운동을 통해 체온을 살짝 올려놓고 달리는 것을 추천한다. 겨울에도 지속적으로 달린 우리는 조금 더 건강하게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03 낯선 곳에서 달리기
낯선 곳에서의 달리기는 설레임이 있다. 늘 같은 자리에서 꾸준히 달려보면 매일 같은 사물과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는 섬세함이 다소 필요하지만, 물리적으로 조금 먼 낯선 곳에서의 달리기는 그 낯선 풍경과 다른 시선이 주는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 게다가 모르는 길을 찾아가야 하기에 느낄 수 있는 약간의 긴장감도 스릴을 더해준다. 낮선 곳을 달리다 보면 선택한 길이 가다가 막혀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멋진 길을 발견하고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인생에 있어서 우리 인간은 안전하고 보장된 길을 선택해 좀 더 편안하고 빨리 가려는 습성이 있다.
주로 우리는 큰 변화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늘 편하고 보장된 길을 가다 보면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본능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은 가장 이성적인 동물이라 자신하지만 때로는 편안한 일상과 도전적 삶에 대한 욕심 두 가지를 모두 가진 아주 모순적이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흥미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때로는 아주 모순적이고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라도 인간이 계속 도전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모르는 길에 대한 도전을 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 느낄 수 있는 희열, 자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앞으로의 삶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삶이 무기력해 지려할 때, 낮선 곳을 한 번 달려보자. 삶의 다음 걸음이 조금 더 가볍고 힘찰 수 있을지도 모른다
#05_4 상실의 아름다움
매일 같은 곳을 달리면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 또 다른 것들을 관찰할 수 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바라보던 방향만 보기 쉽지만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 다른 각도로 사물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의외의 아름다움과 마주하게 된다.
물이 흘러 오는 것을 보다 고개를 뒤로 돌려보면 흘러서 내게 멀어져 가는 물살을 보게 된다. 삶에 있어 내게 자연스럽게 흘러오는 것도 있지만, 내가 잡고 있고 싶어도 자연스레 흘러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도 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본다.
쭉 뻗은 길과 그 길과 함께 푸르름을 자랑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그 시원한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순간들 속에서 고개를 돌려 겨울의 추위에 메말라 버린 나무들과 떠내려 가버린 흙 속에서 앙상하게 드러낸 나무들의 뿌리를 보며 그 애처로운 모습에서도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느낀다.
삶의 풍요로움에 아름다움과 감사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내어주고 희생하는 삶의 상실과 빈곤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더 큰 감사가 존재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겨울의 추위 속에서 상실의 시간을 겪은 자연은 그 다음 봄에 새로운 생명을 피우며 우리에게 감탄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겨울의 자연을 달리며 흠뻑 느낀다.
#05 자연과 함께하는 삶
2022년 어느 날, 남편이 추천한 마라닉 프렌즈와 함께하는 플로깅 미션을 하면서 달렸다. 지인의 권유로 플로깅을 몇 차례 진행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날도 플로깅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기술의 발달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지만, 그 편리함과 혜택이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편리 만을 누리고 살고 있진 않은가 돌아보았다. 풍족한 물질과 빨라진 삶의 속도 덕분에 우리는 무엇이든 손쉽게 얻고 손쉽게 버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물질을 낭비하고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과 에너지는 한정적인데 우리는 미래 세대와 공유할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현재의 편리를 위해 필요 이상으로 그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고 낭비하고 있다. 그로 인해 미래 세대가 누릴 수 있는 자원과 에너지가 고갈 되고 환경까지 파괴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젊은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도 누릴 수 있는 것이 적다. 우리의 무분별한 욕심과 욕망이 미래 세대의 혜택을 앗아가고 있진 않은가 한다. 그 탓에 일부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한 의지를 잃어가기도 한다.
쓰레기를 주우면서 든 생각은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이 더 진행되기 전에 우리가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 시스템과 습관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외식을 하는 것은 줄었지만, 그 대신 활성화된 배달 문화와 밀키트 등은 환경 오염 물질을 지닌 포장재들의 사용을 증가 시켰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그 사용을 줄이지 않는다면 얼마 안 가서 쓰레기 문제는 훨씬 더 큰 문제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용기와 다양한 재사용, 재활용 방법들을 적용하는 사람들과 기업들의 노력이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생활 패턴에서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06 나무 그늘 같은 존재
매일 5km 달리기 프로젝트 이후 7년 째 주 3~4회 이상을 달리고 있다. 이제 완전히 달리기가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매일 5km 달리기를 꽤 오랜 기간 해왔기에, 요즘은 거리를 조금 늘려본다. 이제 내 몸도 달리는 시간과 거리를 견디는 능력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 최소 7~8km 이상을 달리려고 노력한다.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능이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에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그 지루함을 덜기 위해 달리는 장소나 속도에 변화를 주어보기도 한다. 천 변을 달리는 게 지루하면 동네의 주택가 산책로를 달리면서 지루함을 달래보기도 한다. 동네 산책로엔 제법 울창한 나무 숲 길들이 있다. 그 산책로를 달리다 보면 울창한 나무들의 행렬이 시원한 그늘을 선사한다. 한 여름에 달려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참 감사하다. 매번 그 자리에서 아무런 조건도 없이 우리에게 그늘을 내어주는 나무들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는 누군가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그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인가?
나의 자녀에게,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난 어떤 존재인가? 요즘은 타인과의 관계가 필요에 의해서 맺어지고 끊어지기도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철저히 생존을 위해 연결되고 끊어지는 관계들 속에서 먼저 조건 없이 사랑과 호의를 베푸는 관계를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과연 주변인들에게 어떤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조건 없이 마음을 주고 나누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삶은 가능할까? 매일 달리며, 가끔은 달리기가 명상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달리며 나의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 자체가 감사하다. 조금 더 살만한 세상,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