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행복, 그거 필요한거예요?

아들아 방황해서 고마워_02 나의 자유의지가 발현되다

by FriendlyAnnie
행복이란...


행복이란 무엇인가?
성공해서 행복할 것 같은 순간인데 마음이 공허한 사람들을 보게되는 경우도 있고, 찢어지게 가난한데 서로를 생각하면 기쁘고 함께하면 행복한 가족들을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남아프리카의 전통적인 사상이며 평화운동의 사상적 뿌리인 ‘우분투(ubuntu)’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을만큼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낼슨 만델라 대통령은 우분투는 우리 인간은 서로 얽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라고 했다. 우리는 자신이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개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기 쉽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으며 우리가 하는 일 하나하나가 세상 전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우리가 좋은 일을 하면 그것이 번져나가 다른 곳에서도 좋은 일이 일어나 온 세상 사람들이 좋아질 수 있다라는 뜻을 담은 표현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이 기뻐하는 것을 보면 함께 기쁘고 행복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행복하면, 내 주변 사람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는 것 같다. 행복이란 혼자만 귀중한 것을 가진다고, 부와 명성을 가진다고 우리 마음에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살아가며 느낀다.


오반이라는 가수의 행복이라는 곡을 들어봤나?
이제 이십대 초반 밖에 되지 않은 래퍼의 가사는 40대 후반 우여곡절을 겪은 이 아줌마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도 충분할만큼 인생의 쓴맛을 잘 표현하고 있다.

아들이 이 곡을 처음 들려주던 날, 아들과 딸을 생각하며, 그리고 나 자신이 살아왔던 서러움과 냉대 가득한 삶을 떠올리면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렸다.


행복 오반(OVAN) 2018.12.06.


난 포기가 쉽죠 적응이 빨라서 착한 척 하는가 싶고
필요도 없는 생각이 넘 많아져 불면이 싫죠
잠 못 자는 건 아마도 습관이 돼버렸나 봐요
열등감이 깨어날 때마다 난 열아홉의 내가 너무나 그립죠
나도 불쌍한 티 내고 싶은데 왜 너흰 아무것도 몰라요
어른인 척하는 내가 힘든게 왜 그러는 척이 됐나요
이겨낸 나는 무시 받는 것까지 이겨낸 다음에야 이해 받는 건가요. 사랑이 없이 무너진 난 그저 어린 거래요.
Yeah 아빠 행복하자.

그래두 아들이 이제 돈을 벌어 아빠 향수까지 사줘
80만원짜리 하루 낭비해도

어딜가든 여유롭게 매일마다 택시타고 다녀
웃기지

그래 맞아 엊그제까지만 해도 동전모아 5616 타고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 하던 내가
이제 어제 썼던 백만원은 내게 정말 아무것도 아냐
미안해 누나들 갓 스무살이 됐던 어린 난 집에 가져다가
주는 생활비 20만원이 왜 그렇게 까지 아까웠을까
큰누나의 결혼식 축가에 울어버린 그때 하객전부는 몰랐을거야 아마도 동생은 철없이 받아버렸지 아름다운 신부의 눈물은 30만원 감사해

아직도 얻어먹었던 편의점 도시락
민규 태원이 먹고 싶은 거 전부 시켜

이 정도는 내가 사줄거니까
지수형이 사준 치킨 손에 쥐어준 5만원 기억해 걸어

전화 꼭 받아
사줄 수 있지 나 이제 돈 많어 누구한테도 안 벌리네 손바닥
난 행복해 근데 아직도 너무 힘들어
난 배부른데 자꾸 찾아가 불안속으로 일부러
난 인정받고 싶어 난 위로받고 싶어
난 행복하고 싶어 난 사랑받고 싶어

.

.

.


어찌보면 엉성한 이 곡의 가사 한 줄 한 줄이 내 가슴에 와서 꽂히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이 대한민국에서 을로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내마음 속에 자리잡은 열등감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온갖 편견과 맞서며 달려온 내 인생 47년이 서럽기도 대견하기도 해서가 아닐까 한다.
가정에서는 딸이어서, 며느리여서, 엄마여서

희생과 무조건적인 인내와 현명함을 강요당해왔고
주변인들과 사회에서는 일하는 엄마여서,

남편이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업신여김을 당해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 무시마저도 덜 아픈척 하며

매일 매일 나자신에게 이야기 했다.

할 수 있다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
아자 아자
화이팅!!!


아이들이 사춘기를 심하게 앓으니 그동안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정신없이 달려오고 아이들과 행복하려고 노력했던게 정말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과연 행복이 무엇일까?
그 행복은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어느 순간 난 무조건 우리 아이들과 행복해지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었다. 아이들 상태가 저러하다고 그동안 우리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려 애써왔던 나의 노력이 아무것도 아니였던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이 사춘기 열병을 심하게 앓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팠다. 15년 동안 안간 힘을 다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결혼생활을 지속한 것은 아이들이 온전한 가정에서 자랄 수 있길 바란 나의 눈물나는 노력이었기에 아이들의 무기력함과 방황은 나에게 절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겠다는 인생의 목표를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이 부모와 건강하게 분리되어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낳았고 목숨보다 더 귀중한 존재들이지만, 너무나도 사랑하는 아이들이지만, 이 아이들에겐 이제 본인들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느끼고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집착하지 말고 아이들로부터 딱 한 걸음만 떨어지기로 했다. 아이들도 나도 잘 독립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저 그렇게 주변의 사람들과 환경에 의해 통제 당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못하고 힘들어하는 삶은 살지 않겠다 결심해 본다. 주변의 여건에 지배를 당했던 나의 삶에 있어 시간과 돈 역시 나를 통제하는 요소였다. 이제 내가 주체가 되어 주변의 환경과 사람,

그리고 시간과 돈을 조절하여 나 스스로 자유롭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겠다. 그리고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기로 했다. 아줌마로 살아오면서, 남편 때문에 못한다, 아이들 때문에 못한다, 일 때문에 못한다는 핑계가 많았다.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 희생해 온 나날들을 억울해하지 말자. 내가 살아온 날들은 결국은 모두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내가 선택하고 살아온 날들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방향을 한 번 바꿔보려 한다. 달리 생각해 보자. 째즈 연주자들은 창의적인 연주를 ‘방향을 튼다’라고 표현한다. 나도 행복의 방향을 한 번 틀어보자.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그 행복이란 거, 나한테 정말 필요한거야?
그럼 어떻게 만들어가볼까?

을에서 갑으로


많이 잃어볼수록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다는 <부시파일럿,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의 오현호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내가 그러했던 것 같다. 많이 가지고 있다가 잃어버린 적은 없지만, 50년 가까운 인생을 살면서, 그나마 내가 가지고 있던 기대감과, 희망, 자신감을 지속적으로 잃어왔던 것 같다. 어린 시절 멋모를 때는 두려움도 없었고,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고 내가 살아갈 인생에 대한 희망과 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였던 것 같다— 나는 점점 열등감 덩어리가 되어갔다. 전교 1등을 도맡아 한던 동생과의 비교당함(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나라는 학교 성적으로 아이를 판단하고 대우하는 환경이 별로 다르지 않다), 딸이기 때문에 겪어야했던 차별, 여자이기에, 며느리이기에, 아내이기에 겪어야 하는 차별들로 많이 위축이 되었었고, 가장처럼 가정을 이끌고 버텨야했던 결혼생활을 20년 하는 동안, 난 최선을
다하고 진심으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역시 이 사회에서는 2류, 3류이고 모든 관계에서 ‘을’이어왔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결국은 남편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데 스스로 한계점을 핑계 삼은 나는, 삶이 너무나 힘들게만 느껴졌다. 우리

가정은 내가 몸이 아파서 수입활동을 덜 하게되면 고스란히 생활비가 빚으로 충당이 되었고 가정형편은 최악으로 바닥을 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들은 무기력해지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그 노력의 결과가 이러하니 신을 원망해보기도 하고 남편을 원망하면서 울기도 많이 했다. 이렇게 끝이 없이 20년동안 곤두박질 치고 바닥을 치게 되니, ‘이보다 더 나쁠 수 있겠어?’, ‘그래, 무엇이든 도전해보자!’, ‘더 잃을 건 없어!’라고 내 안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용기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이전보다 더 미친듯이 일에 몰두했다.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일을 책임감 없이 해온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단지 책임감이었다. 내 일을 온전히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내게 온 시련들은 그 절박함을 통해 내가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나 스스로 단단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그렇게 시련을 통해 서로 원망만 하던 우리 가족들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아들의 방황으로 남편이 달라졌고, 난 원망대신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조건없이 아이들을 사랑하리라. 아이들은 내가 원하는대로 잘 따라줘야 하는 나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이 이리저리 겪어보고 스스로 느껴본다면 절실하게 변화하고 도전하고
싶은 순간이 오리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해주고, 믿어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심 생각해 본다. 우리 아이들은 기존의 틀을 강력히 거부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걸 보면 오히려 건강한 아이들이리라. 이 큰 흔들림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데 큰 밑거름이 되리라.
사회적 관념 속에 영원한 ‘을’로만 살아갈 것 같았던 난, 이제 스스로의 삶을 조금씩 더 나은 날들로 만들어 나갈 용기와 힘을 얻었다. 20년간 많이 잃었기에 난 더욱 단단해졌고,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몰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몰입할 수 있게 되었기에 이젠 조금씩 나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나의 일을, 나의 삶을 즐기고 사랑하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불쌍하게 여겨졌던 나 자신이 이제는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워졌다. 이제 나는 내 인생의 갑이다!

아들의 방황과 딸의 자퇴에도 나는 내적으로 외적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모든 것이 조금씩 나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행복! 그거 내게 정말 필요한 거라고 확신한다. 이제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나날들엔 매일매일 최고의 나를 만날 것이라 기대한다. 난 지금 많이 잃어 가진게 별로 없지만, 하루하루 채워가는 재미가 있다. 내가 지금은 가지고 있지만 언젠가 잃을 수 있는 것보다, 내가 늘 가지고 있으면서 물질도, 인기도, 명성도 모두 내 인생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해도 초연할 수 있는 마음! 그게 바로 내게 행복을 가져다 줄것이라는 것을 이젠 어렴풋이 알겠다. 이제 행복이 늘 내 옆에 따라다닐 것 같아 미소가 머금어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