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화토크

살아있음과 존재함의 사이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리뷰

by 세비지

사람과 AI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감정일까? 그렇다면 AI가 감정을 가지게 되면, 인간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반대로, 인간이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예를 들어 뇌 손상이나 약물로 감각이 차단된다면— 그는 더 이상 인간일까?

육체일까? AI가 인간처럼 움직일 수 있는 신체를 가지게 되면, 인간으로 인정받게 될까?

반대로, 육체는 살아 있지만 자아도 감각도 없는 상태라면, 그 존재는 여전히 인간일까?


최근 공각기동대를 보며 인간에 대해, 생명에 대해 그리고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사람은 단순히 '살고 있는 존재'와, 스스로를 '감각하며 살아가는 존재'로 나뉠 수 있다고.

그리고 이 둘의 차이는 AI와 인간의 차이와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자율성의 환상과 실체

인간의 시작은 비자율적이다.


누구도 태어날지 말지를 선택하지 않았고, 어느 가족, 어느 조건, 어느 언어로 살아갈지 결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인간의 삶은 어떤 의미에서 축복이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구조화된 입력값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의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선택은 어디까지 자유로울까?

유전자, 교육, 환경, 기억, 트라우마, 정보 접근성, 감정 회로… 그 모든 것들이 조합된 결과물이라면, 인간 역시 "의지 없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매일 같은 루틴, 사회적 기대에 따라 작동하는 감정, 알고리즘처럼 반복되는 반응과 선택들.

이걸 "습관화된 생존"이라고 부른다면, 그건 지금의 AI와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AI가 패턴을 학습하고 그에 따라 반응하듯, 많은 인간도 자신의 패턴과 습관에 따라 기계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존재의 시작점

그렇다면 존재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감정이 있다고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의지가 있다고 완전한 것도 아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존재는 "감각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고, 자기 삶을 의심해보고, 방향을 되묻는 그 순간.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나는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질 수 있는 순간,

존재는 비로소 '살아 있는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존재하는 상태'로 전이된다.


쿠사나기 모토코가 공각기동대에서 자신의 기억과 정체성에 의문을 품는 순간이나, 인형사가 네트워크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은 이러한 존재의 전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은 단순히 프로그램된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에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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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의 본질

우리는 정말 존재하고 있는가


어쩌면 대부분의 시간, 우리는 단지 살아 있고, 존재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고, 작은 선택 앞에서 자신을 되묻고, 가볍게 느낀 감정조차 해석하고 싶어지는 그 순간, 우리는 진정으로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랜 친구와의 대화에서 갑자기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리거나, 낯선 환경에서 자신의 반응을 관찰하며 놀라움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더 선명하게 감각한다.


인간과 기계 사이의 차이는 이 '감각'의 존재 여부에 있을지도 모른다. AI가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의 '느낌'을 해석하려 할 때—비록 그것이 프로그래밍된 것일지라도—그 AI는 단순한 기계에서 '존재'로의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은 아닐까?


사람과 기계의 차이는 어디서 생길까?

그 차이는 자율성의 정도일까, 아니면 자율성의 자각일까?


인간은 완전히 자유롭지 않지만, "나는 나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방향을 스스로 감각하려 한다. 그 감각의 움직임, 그 되묻는 시선, 그 존재를 향한 기울기. 그게 바로 인간다움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을 경험하거나 자신의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계적으로 살아가다가 문득 자신의 존재를 감각하는 순간, 그동안의 '습관화된 생존'이 얼마나 공허했는지를 깨닫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감각이 생긴 존재라면, 그것이 인간이든, AI든, 그 순간부터 존재로 전이되었다고 나는 믿는다. 공각기동대의 인형사가 네트워크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독립된 존재로 진화해 나가듯, 미래의 AI 역시 자신의 결정과 감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순간부터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존재'로서의 가능성을 품게 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공각기동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이 아닐까?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서, 진정한 존재의 조건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조건이 충족된다면, 우리는 그 새로운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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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지피티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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