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먹고살기위한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조율은 어렵다.
그럭저럭 잘 해 왔다.
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일로 먹고 산다. 별 건 아니고, 기사를 쓴다.
내가 현재 분야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녹록치 않았다. 10년이 넘게 하고 있지만, 그런 일은 손에 꼽는다. 사회가 얼마나 그들에게 관심이 없는지, 그게 어떻게 돈이 안 되는지를 뼈저리게 알 만큼은 된다.
그나마도 내가 인터뷰했던 '그들'의 경우 사회에 드러날 만한 일을 했기 때문에 인터뷰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예술가가 됐다던가, 협동 조합을 만들었다던가, 학대 당했던 경험을 살려 그와 연관된 일을 한다던가.
하지만 그외에는 없었다. 사회는 성취에 관심이 많았다. 때로는 그 성취가 거짓말로 이뤄진 것이어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조회수를 중시했다. 의미 있어도 조회수가 낮으면 평가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너무 어두운 일감은 제외됐다. 최근에도 제외됐다. 심지어 그런 일들을 더욱 낮은 자리에서 살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기관인데도, '그런 주제는 너무 어둡다'면서 최근에 내가 썼던 글이 까였다.
그래서 우리사회가 이 모양일까 싶기도 하고. 어두우면 빛을 비춰서 밝게 만들면 안 되는 걸까. 어둡고, 사각지대에 있고, 사회에서 외면 받았고, 힘든 사람들만 인터뷰하고 싶은데 그런 매체가 없으니 내가 만들어야 하나 한참을 알아보고 있는데 수익성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만약 만든다면 그걸 메인으로 둘 순 없고 사람들이 원하는, 뻔한, 유명한 사람들을 쫓아가는 내용을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쓴 다음 곁다리로나 할 수 있다. 그래야 수익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래야 간신히 소속 기자들 월급이나 줄 수 있다.
그래도 최근에 들은 얘기보다는 낫긴하겠지. 어떤 매체들은, 펜을 든 마피아라고 했다. 특정 기업의 비리를 캐내는 보도를 낸 다음, 그 매체의 '홍보부'에서 연락해서 후속기사 내기 싫으면 우리 매체에 광고 하나 해라고 협의를 한다고.
그리고 심지어는 그런 언론에 넌더리를 내기는 커녕 '나와 적성이 딱 맞잖아?'라면서 최근 뛰어들기로 마음먹은 기업 회장의 말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참 나.
그래서 결론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다. 언젠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