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돼

좀 이기적이어도 돼

by 새이버링

오리구이집에 갔다. 두툼한 숯이 올려졌고 발골한 오리 살덩이들을 숯불에 굽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촤아 소리를 내며 맛있게 구워지는 오리고기는 그 맛이 일품이다. 쌈채소에 무절임, 고추와 마늘과 쌈장을 함께 얹어 입에 와락 넣는다.


나는 엄마가 먹는 것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고기를 구웠다. 엄마는 먹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엄마가 산다고 했다. 이제 다 자란 자식들에게 밥을 얻어먹지 않고 사주는 엄마는 어깨가 으쓱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엄마가 사주는 밥을 맛있게 얻어먹는 게 효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가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열심히 고기를 구웠다. 한 마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엄마는 배가 좀 불렀는지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 나도 그제야 상추 두어 장에 고기를 얹고 대충 쌈을 싸서 입어 욱여넣었다. 그리고 또다시 부지런히 고기를 구웠다.


"와.. 배부르다. 지금 몇 시지? 얼른 가자, 나 연속극 봐야 해."


순간 엄마가 내뱉은 그 말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가 이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람이 너무 화가 나고 당황스러우면 웃음이 나기도 하는 건가? 나는 엄마의 말에 뭐라고 말해야 할까 1초 정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엄마, 고기 굽는 딸내미 입에 오리 쌈 하나도 안 싸주고는, 나 이제 먹으려는데 엄마 다 먹었다고 집에 가자고 하면 어떡해?"


예상했던 대로 엄마는 미안하고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메, 딸이 구워준 고기 먹기만 하고 내가 정신이 나갔었네.."


그제야 쌈을 싸주려고 손이 바쁜 엄마를 보며 됐다고 손사래 쳤다. 아빠 다 드셨으면 얼른 엄마 데리고 집으로 가시라고 말했다. 엄마는 좀 멋적어하면서 나에게 쌈을 두어 개 싸주시고는 집으로 가셨다.


다음날 아침,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내가 얼마나 스스로가 부끄럽고 미웠는지 모른다. 넌 고기 굽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할 때 정신없이 먹고 있었던 내가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더라. 잠도 제대로 못잤다. 너무 미안하다 딸."


무슨 그런 일로 잠까지 설치고 그래..


엄마. 괜찮아. 엄마가 좀 이기적이어서 난 좋아. 엄마가 우리 먹이느라 맛있게 못 먹는 게 난 더 싫어. 나는 이기적인 엄마가, 자기 스스로를 먼저 아끼는 엄마가 좋아. 엄마 이제까지 우리 키우느라 먹을 것 못 먹고 못 사고 참으면서 살았잖아. 이제라도 엄마가 엄마를 위해 돈과 시간을 썼으면 좋겠고, 엄마 스스로를 먼저 챙겼으면 좋겠어. 난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 자기가 자기 자신 챙기는데 누가 이기적이라고 말하면 어때?

나도 이기적으로 살 거야! 자식만 키우다가, 자식한테만 좋은 거 해주느라 내가 나를 돌보지 못하는 바보 같은 인생 안 살 거라고. 그러니까 엄마도 그런 거 하나도 안 미안해도 돼! 평생 키우느라 힘들었는데, 자식이 구워주는 고기 좀 원 없이 먹으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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