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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이버링 Jan 27. 2024

참을 수 없는 글사시미의 유혹

생각을 생포해 회를 떠다 먹었다.

릴스에 좋은 장면만 모아 놓으면 그저 좋았던 순간으로만 기억할 수 있다. 인생이 끝없는 고뇌와 피곤과 역경과 문제의 연속이라고 해도, 그런 것들은 얼마든지 편집해 짧고 숭고한 결말만을 기억에 남길 수 있다.



어떻게 편집하느냐는 곧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와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 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잠들기 전이 아니더라도, 순간순간 번뜩이는 생각들을 글로 생포해 가둬두고 싶다. 차분히 앉아 글을 쓰려고 작정하면 과정이 생략된 정돈된 기록만 하게 되는데, 나중에 읽어보면 진부하고 지루하다.


걷다가, 책을 읽다가, 대화하다가 불쑥 고개를 빼꼼 내미는 생각을 생포해 회로 먹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런 글을 글사시미라고 부르는데 싱싱하고 쫄깃한 그 맛이 아주 일품이다. 떠오르는 감정을 어떻게 기록하느냐는 내가 오늘을 어떻게 편집하느냐이며, 그것은 미래에 내가 이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아한 내가 되기 이전의 아등바등한 속내도 써보고,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이었던 나의 노력을 궁색하게 변명하는 기록을 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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