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질문의 힘
아침에 아들이 세면대 앞에서 세수하는 뒷모습을 보고 뜬금없이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재벌 회장도 세면대 앞에선 고개를 숙이겠지?'
세면대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좀처럼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이 없는 재벌 회장도 세면대 앞에서는 (거동이 불편해서 누군가 얼굴을 닦아주지 않는 이상) 자발적으로 고개를 숙여 세수를 할 것이다. '몸을 숙여 얼굴을 씻는 행위'는 어떤 힘이 있기에 재벌 회장의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것일까? 현명한 마케터가 이 비밀을 안다면 어떤 고객의 마음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전염병을 막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인류의 발명품이 뭐게?"
"산업혁명을 이끈 수레바퀴의 발명도 아니고... 세상에 그렇게 위대한 발명품이 있어? 음... 정답! 백신!"
"땡..."
"음.... 그럼, 마스크? 감기약?"
"땡, 땡!"
"그럼 정답이 뭔데?"
"비누!"
"..... 아......."
정답을 들은 나는 한 손에 쥐어지는 하찮은 비누 따위가 인류멸종을 막았을 리 없다고 0.1초쯤 생각하다 말았다. 세상에나! 비누는 절대로 하찮은 물건이 아니잖아?
좋은 질문은 이런 질문이다. 질문 자체가 답이 되기도 하고, 정답을 이해하기 위해 기억과 상상력을 쥐어짜게 만든다. 질문 자체만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퐁퐁 샘솟는다.
그런데, 또 질문!
재벌회장이 얼굴을 씻기 위해 고개를 숙인 것과 비누가 전염병을 막는 데 기여한 것은 관계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