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글

여기저기 서로 다른 주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제들은 좀처럼 책이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엄마에 대해서 썼다가 아이들에 대해서 썼다가, 또 나에 대해서 썼다가 소설도 썼다가... 별것 아닌 일에 대해서도 썼다가, 읽은 것에 대해서도 씁니다. 요즘 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선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콘텐츠가 먹힌다는 말도 들었는데, 이 전략대로 성공하기는 글렀습니다. 책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고, 글을 쓰는 것도 그때그때 관심사에 따라 주제가 일관성이라곤 없거든요.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0년 뒤에 이 글이 묶여 책이 된다면, 그 책은 20년 동안 집필한 책이 될 것입니다. 1년에 한 번 쓴 글일 수도 있고, 3년에 한 번 쓴 글일 수도 있고 한 달에 한번 쓴 글일 수도 있겠습니다. 책의 두께는 가늠할 수 없지만, 역사와 추억이 담겨 있음은 분명하겠지요. 잘 숙성된 와인 같은 글이요. 축적된 나의 역사가 될 것이고, 내 성장을 스스로 지켜보는 환희를 맛보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느리게 쓰겠다고 다짐하면 힘을 좀 빼고 쓸 수 있을 테지요. 기록은 기록하는 대로 의미가 생기는 법이니까요.

아직은 병아리가 모이를 쪼듯 쓰고 있지만,

자꾸 쓰니까, 좋아서 쓰니까 좋은 일이 많이 생깁니다. 독서앱에서 우수후기로 적립금을 받기도 하고 브런치앱에서 상위노출이 되기도 합니다. 우수작에 선정되어 상금과 기념품을 받기도 하고, 기분 좋아지는, 이를테면 내 글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받았다는 감사를 표현하는 댓글과 메시지를 받습니다. 그건 쓰는 사람에겐 돈보다 더 짜릿한 선물입니다. 가장 좋은 건 내 글을 내가 다시 읽었을 때입니다. ‘이런 생각을 했네?’, ‘이런 다짐을 했구나.’ 시간이 흘러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 건 기분 좋은 일입니다. 쓰면 기분이 좋아서, 좋은 일을 기대하며 매일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