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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쓸 것인가

by 새이버링

책을 읽거나 뜻밖의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력을 기록하고 공표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역시 사람은 말을 적게 해야 돼.‘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면 어째서 그런 깨달음을 얻게 됐는지 경위를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깨달음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겠다는 자그마한 다짐을 덧붙인 뒤 SNS에 올리면 이 공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서평이나 일기가 가장 적절해 보인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문서를 작성하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겠다고 주위에 공표하면 목표 체중 감량에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직접 쓴 글을 SNS에 공개한 순간부터 글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허위로 작성한 글은 내가 허위 인간임을 드러내는 행위인 것 같다. 공표한 순간 글과 나는 수명을 함께한다. 읽는 이에게 확언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갑자기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적는 대신 매일 조금씩 나아지겠다고 자그마한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글은 곧 나이므로, 나는 책임질 수 있는 글을 쓰면서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서 쓰는 일이 점점 더 어렵다. 해낼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쓸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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