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어젯밤 숙제를 하던 민하가 갑자기 뭔가를 발견한 듯 말했다.
“엄마,
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
2026년 4월 21일 9시 30분 24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어.”
얼굴에 로션을 바르다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마음이 멈췄다. 고작 열한 살짜리가 ‘바로 지금’을 인식하다니.
절대 같은 강물에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처럼
시간은 끊임없이 흐른다.
우리는 절대 ‘지금 이 순간’을 다시 살 수 없다.
어젯밤 잠들기 전,
혼자 자기 싫다며 안방바닥에 매트를 깔고 누운 아들에게 옆에 잠든 민하가 아까 한 말을 들려줬다.
“아들,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이 공간에서 함께 자는 한 번 뿐인 ‘지금’을 오래 기억하자.”
호주에서 우리 셋, 메리톤 킹사이즈 베드에서 잤던 날이 떠오른다며
“진짜 호주 너무 그립다.”중얼거리더니 금세 잠든 아들.
잠결이라도 듣길 바라며 한번 더 말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자는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자. 꼭.”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ㅡ
나는 왜 그리도 기록에 목말랐을까.
수십 번의 밤과 수십 개의 노을 중 한 개도 놓치기 싫어서였다. 지금 이 순간은 한번뿐이니까. 난 마흔이 넘어 겨우 알았는데.
사진이든 시간이든 현재를 멀찍이 떼어놓고 봐야 인식할 수 있다. 어차피 인식한다 해도 이미 지나버린 시간이지만 기록으로 박제쯤은 해둘 수 있는 것 아닌가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