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 curry Oct 15. 2015

여행 떠나기 전 날

브런치를 미루는 나름의 핑계

사실 브런치를 써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하면서도 자꾸 미루게 되었던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내일 모레!! 한 달 동안의 남미 여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6개월 남짓, 계획이라면 계획을 해 두었고 이것저것 준비도 했는데,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점검해 보니 많이 빠진 것들이 있어서 정신이 없었다.


남미 가는 가방은 일단 인당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짐이 23kg 한정인데, 남미 국가 간 이동에선 또 20kg 제한이 있는 항공사도 있어서 결국엔 20kg에 맞추기로 했다. 백팩을 멜까도  생각했었는데, 나의 이 거북목(-.-;;;) 때문에 가방을 오래 메기만 하면 어깨가 뭉치고 편두통이 와서 2-3일씩이나 지속된다. 그래서 캐리어를 끌고 가기로 했는데 캐리어 무게만도 5.5kg.... 그렇다면 한 달 치 모든 옷과 각종 짐을 15kg에 싸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여자들에게 그렇게 짐을 적게 싸는 것은 정말 무리란 말이다.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가 생각한 것; 바로 대부분의 옷을 아웃도어 웨어. 등산복과 가벼운 드라이 핏(dri-fit). 그리고 초경량 다운 패딩(유니클로,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등에서 나오는 아주 얇고 가볍고 쉽게 말리는 점퍼). 그리고 유니클로 히트텍으로 한정 짓는 거다. 쉽게 말리고 접히니 가방에도 쏘옥 잘 들어가고 부피도 적게 차지한다. 또 빨래를 해도 잘 마르니깐 걱정 없겠다 싶었다.


가방에 정리해서 넣는 게 문제인데,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각종 물건들이 뒤섞여 모든 것이 어디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 된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 여러 가지 정리함(organizer)들을 구매했다.


앗, 그런데 너무 적나라했나?! 흠.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러 핸드폰으로 사진 찍기^^;


이번에 아마존에서 구매하다가 처음 알았는데, 이런 가방을 Toiletry bag이라 한단다. 위에 고리가 있어서 화장실에 걸어놓고 쓸 수 있다는 뜻? 아마도? 

우선 화장품들의 경우, 기존의 화장품 가방은 모든 화장품들이 칸막이 없이 들어가서 바닥에 깔린 것을 꺼내려면 결국 다 뒤져야 한다. 칫솔과 치약은 약간씩 젖는 성질이 있어 잘못 넣으면 냄새도 나고 뭔가 위생 상태가 찜찜해진다. 그리고 비상약의 경우 약 상자 째로 넣으면 상자도 구겨지고, 부피도 많이 차지한다. 그래서 구매한 것이 바로 이것. 약은 약끼리만, 젖는 치약, 칫솔은 얘네들끼리.(방수도 된다) 그리고 화장품은 화장품끼리인데, 세우는 애들은 세워서 가져가고 작은 부피 애들은 수납함이 따로 있다.

옷 정리도 마찬가지 사태가 벌어진다. 속옷은 속옷끼리 비닐에 넣어서. 양말은 양말끼리 비닐에 넣어서 가져가곤 했는데 나중에 빨래 양이 늘어나다 보면 이게 섞이는 경우가 있었다. 또 아웃도어 웨어와 그냥 편안한 캐주얼 복장. 입는 때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짐 속에서 서로 뒤엉켜 섞이게 되었다. 그래서 마련한 이것. 아웃도어 웨어는 아웃도어 웨어끼리. 캐주얼복은 캐주얼복끼리 정리가 된다.


여행을 가면 은근히 아주 작은 전자기기와 물품들이 많이 있다. 핸드폰 충전기, 카메라 충전기, 메모리 카드, 나의 경우는 외장하드와 노트북 어댑터. 손톱깎이(사실 평소엔 안 가지고 다니는데 이번 여행엔 필요할 것 같아서)와 실핀(머리를 정돈하는데도 사용하지만 여행 다니다 보면 은근히 유용한 경우가 많다. 무언가 살짝 구멍 사이에 집어넣어 뚜껑을 연다든지, 휘어서 무언가를 고정한다든지 등). 이런 것들도 따로  수납할 수 있는 정리함도 마련하였다.  신랑이 이런 나를 보고 '여행 짐싸기의 달인'이라며, 앞으로 짐은 나한테 전적으로 맡기겠단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긁적긁적... 앞으로는 짐싸기는 내가 다??!! 맙소사. 속았다.)


그리고 매번 여행을 다니다 보면 필요한 자잘 자잘한 물건들이 있었는데 망설였던 것들을 다 구매하였다. 구매하고 사용해 보니 아주 좋은 것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무릎 보호대와 발목 보호대. 딱 네 달 전쯤에 집 앞에서 뛰다가 발바닥과 발가락 연결하는 뼈가 부러졌다. 순간, 남미 여행이 생각났다. 여행 못 가는 것 아냐? 망했다고 하며... 하지만 아픈데도 열심히 다녔더니 아직 뛰어보는 것까진 안 해봤지만 지난번 포스팅 같은 하이킹도 다녀왔다. 그렇지만 아직 방심할 수는 없어서 오래도록 걸을 때는 꼭 발목보호대를 한다. 그리고 산행 중 무릎보호대는 정말이지 안정감을 준다.


이것도 아마존에서 이번에 구매하면서 이름을 처음 알았는데, calf compression sleeve라 한다.  (이미지 출처: 아마존닷컴)

그리고 하이킹 스카프와 팔 토시, 그리고 종아리 토시. 하이킹 스카프와 팔 토시는 자외선 차단 효과뿐만 이니라, 땀이 나는 목과 팔을 시원하게 해 주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운동 선수들이 대부분 쓰는 것이기는 한데, 종아리 토시라고 있다. 종아리에 차면 오래 걸을 때 다리의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많이 착용한다고 한다. 이번에 한번 착용해 보기로. 


그리고 피로한 관절, 근육 등에 바르는 연고 같은 약인데 사실 여행을 하다 보면 다리도 붓고 어깨도 뭉치고 피곤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잘 이용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저번에  하이킹했을 때 발에 물집 생기고 발톱에 피멍이 들고 해서 물집용 반창고도 구매했다. 



그 외에도 원래 사용하던 하이킹 폴과 등산용 모자, 등산복, 카멜 백(아주 작고 가벼운 등산용 백팩, 모양이 낙타 혹 같아서 이름이 카멜 백) 등은 가져갈 예정이다.


카메라는 일정 중에 마추픽추나 아마존 같은 곳이 있어서, 망원렌즈도 가져가고 싶었지만.... 너무 무거워서 24-70mm 렌즈만 가져가려고 한다. 여분 배터리 하나와 메모리 충분한 SD 카드, 그리고 외장하드와 함께. 삼각대는 무게가 넘지 않으면 꼭 가져가고 싶다. 그리고 보조 카메라는 아이폰으로.


그리고 남미는 위생을 유지하기 위해 핸드 세니타이저( hand sanitizer)와 물티슈를 꼭 가져가란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것도 챙겼다. 또, 긴 여행 중 머릿결 상하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다른 여행과는 달리 샴푸는 가져가려고 한다. 내 머릿결은 소중하니까?! ^^;


등산화도 점검해서, 신랑은 근 5년 동안 신어서 뒤가 다 헤져버린 등산화를 버리고 머렐(Merrell)에서 새 등산화를 샀다. 나는 늘 신던 국산 최고 캠프라인(Campline) 등산화!


그리고 누군가의 후기 중에, 남미는 다니다 보면 캐리어가 엄청 흙먼지에 진흙이 튀어서 더러워진다길래 캐리어 커버도 구입했다.


이렇게 준비하고 이제 내일 모레 떠난다. 처음 가는 남미 대륙이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꼭 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올 한 해 모든 여행들이 이 여행을 위해 준비했던 것이기에 재미나게 잘 다녀오려고 한다. 무슨 상황이 닥쳐도 잘 해내겠지 뭐 하고 생각해 본다. 


여행 전 날은, 참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것 같다. 분주함, 떨림, 설렘, 걱정, 호기심, 두려움 등등. 짐을 싸느라 정신이 없고 처음 가는 남미 대륙이라 사실 엄청 떨린다. 또 한편으로는 꿈꾸던 곳에 가기 때문에 정말로 많이 설레면서도 스페인어를 못 하니 약간의 걱정도 된다. 그리고는 가는 곳들에 대해 호기심도 이것저것 많아져서 계속 인터넷을 놓지 않고 있다. 혹시나 무슨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살짝 두렵기도 하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여행이 주는 선물 아닐까. 오랫동안 평범한 일상으로 감정도 딱딱해지고 무뎌졌을 텐데 이런저런 감정들로 가슴도 약간은 말랑말랑해져 보라는, 그런 선물!


 



브런치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진짜 고민 많이 했어요.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장기 여행이라니...) 미리 글을 이것저것 먼저 써놓고 저장 후에 가끔가끔 발행할까 해요. 그래도 되겠죠?^^ 


참고로 저의 남미 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답니다. 한 달 동안 가고 거의 3주 동안 페루에 있고, 아주 잠깐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에. 약간 동선이 좀 꼬인 일정이긴 하지만, 아무튼 이래요. 

* 페루 - 쿠스코(마누 국립공원 내 아마존 투어, 마추픽추 여행, 쿠스코 시내 여행)

* 페루 - 티티카카 호수(우로스 섬과 호수 주변)

* 볼리비아 - 라파즈(시내 여행), 우유니 소금 사막

* 페루 - 리마(시내 여행)

* 아르헨티나 - 이과수(이과수 폭포랑 새 공원, 인근 하이킹), 부에노스아이레스(시내 여행)

* 페루 - 와라즈(안데스 산맥 하이킹)

* 페루 - 트루히요(찬찬 고대 유적지 및 바닷가 여행) 

요런 일정이에요. 여행 포스트는 또 다녀와서 신나게 사진 정리하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사진은 꼭꼭 정리한 다음에 올려야 하는 성격이라서요 :) 잘 다녀오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