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야 할 일>
2016년 한 조선소. 자재과의 강준희는 갑작스럽게 인사팀으로 발령이 난다. 발령을 받은 그의 첫 업무는 구조조정을 통한 인원감축이다.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회사에서 쫓아내야 할 직원을 추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준희는 자신의 신념과는 다른 조직의 이윤과 거기에 다양한 요구까지 반영하며 일을 처리해 나간다.
그러나 대학을 나와 어렵게 입사하여해야만 하는 일이 사람을 내보내야 하는 일이니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를 미주왈고주왈 여자친구에게 하는 것도 부끄럽다.
영화는 기업의 입장과 일을 수행해야 하는 직원,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당하는 직원의 이야기를 한다. 이들은 저마다 할 말이 있고 심지어 그 말은 자신의 입장에선 다 옳다.
이 영화를 쓰고 연출한 박홍준 감독이 실제로 조선소 인사팀에서 근무하며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무실 풍경이나 그들의 움직임에 과장이 없고 자연스럽다.
명필름에서 제작한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적 완성도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 하려는 이야기를 해나가는 뚝심은 큰 영화 못지않다. 누구보다 강준희 역의 장성범 배우의 연기가 빛났다. 재이 역의 이노아 배우, 인사팀장 역의 김도영, 차장 역의 서석규 배우 모두 우리 주변 인물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다.
영화계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고 돈이 되는 영화만 제작할 순 없다. 사회의 한 일원으로 돈은 조금 덜 되지만 할 필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도 영화가 해야 할 일 아닌가 한다.
영화를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생각이 좀 많아진다. 그리고 그 생각은 꼭 해야 할 일이다.
원하는 것과 조금 다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직정인에게 권한다. 9월 25일 개봉한다. 맘이 맞는 회사 동료와 같이 보고 맥주 한 잔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면 영화의 뒤풀이로 맞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