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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쌔비Savvy Dec 07. 2024

죽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요

김예은 작, 연출, 출연 연극 <이 세상 말고>


국립극단 무대까지 점령한, 한 마디로 연극씬의 탑 티어 김예은, 김세환 배우의 2인극이다. 연극은 청소년들이 처한 따돌림과 자살, 그래서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열여섯 살 키코와 이언은 학교에서 심하게 따돌림을 당하고 집에서도 별 돌봄을 받지 못한다. 당연히 집도 친구도 싫다. 그들은 한물간 락스타, 이들이 살아온 지역에서나 유명한 그저 그런 락커를 좋아한다. 그 락커가 너무 대단하지 않고 오히려 루저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의 처지도 비슷하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에게 모욕을 준 친구와 학교에 폭발물을 던져 다치게 하고 같이 죽을 것을 모의한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다. 모의 7시간 전 최후의 만찬으로 빅맥 세트를 먹으려 했지만 5달러가 없어 이마저도 먹을 수 없는 게 이들 처지다. 그런데 결전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이들은 심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연극은 교훈적이지 않다. 이런 연극이 교훈적이면 흥미가 떨어진다. 대신 열여섯 살 아이들의 내면으로 직진한다. 어설프고 억울하고 어쩌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옳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현실 말이다.


김예은 배우는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아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직접 극을 만들고 김세환 배우와 뜻을 맞춰 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이 세상 말고>는 2022년에 이미 초연을 한 작품인데 이후로도 꾸준히 발전시켰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80분 공연 내내 작품에서 빈틈을 찾을 수가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야 두말할 필요 없고, 동선도, 움직임도 아주 좋았다. 어설프게 대사를 낭비하지 않고 지루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탄탄하게 잘 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예은 배우가 쓰고, 연출하고 출연까지 했지만 크레디트를 보니 여러 전문가들이 이 작품에 힘을 보탰다. 김세환 배우는 독립운동을 하던 최후의 분대장 김학철에서 1923년생 포로 감시원 최형우로 그리고 국가도 시대도 다른 현재의 청소년 이언으로, 세기를 넘나들며 당대의 젊음을 표현해 내고 있다.


이야기 소재 자체가 나와 좀 거리가 있어 공감보다는 이해하며 보았다. 그러나 내 주위 관객들은 깊게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다. 청소년 자살 문제는 아무리 멀리 놓고 보아도 가슴이 아프다. 게다가 당사자보다 주변 환경이 원인인 경우가 태반이다.  대통령의 어설픈 비상계엄으로 정신이 혼미한 상황이라 관극 일정을 마구 바꿔야 하는 상황에 운 좋게 날이 맞아 개막날 보았다. 현장 구매 가능하다.


이 작품은 2025년 아시테지 겨울축제 공식 초정작이다. 작품성도 인정받았으니 청소년들이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부모들도 같이 보면 더 좋다. 12월 15일까지 나온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청소년들이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작 연출 김예은 @yebandy

출연 김예은 김세환 @actorsehwan881004

윤색 황나영

협력연출 이창균

무대 정승환

조명 최인수

작곡 조충만

움직임 손지민

자문 고연옥

주최 주관 김예은

제작 네이키드 블루스 @nakedblue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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