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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은 언제나 옳다

다양하고 화려한 속재료보다 잘 지어 간맞춘 밥이 핵심

김밥을 좋아합니다. 동네 맛있는 김밥집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고, 지나는 길에 왠지 맛있어 보이는 김밥집엔 들어가 그 맛을 보아야 합니다.


김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속재료가 아닌 제대로 잘 지은 밥과 적절한 간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화려한 김밥보다 옛날식 김밥, 다양한 김밥집이 생기기 전에 집에서 싸먹던 방식의 김밥을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먹어 본 김밥 중엔 이문동 <풍년김밥>이 최고 였어요. 생각하면 내가 참 딱하게 여겨지는 김밥은 처음 서울에 올라 와 가끔 가던, 김밥을 시키면 미역국이 나오던 개봉동과 대방동에서 먹던 김밥였습니다(김밥을 쉽게 사먹는 게 다소 신기하기도 했던 촌년였죠. 상호는 기억안남. 서울에 오기 전 사먹는 김밥은 포장마차에서 안주용으로 초고추장 찍어 먹는 것을 최고로 쳤다.)


그럼에도 줄을 길게 서야하는 이름난 김밥집은 쿨하게 지나칠 줄도 알고 바르다며 온갖 선전 문구로 유혹하는 프랜차이즈 김밥집은 쳐다도 안 봅니다.


왜 김밥을 좋아하게 된 지는 모르지만 김밥을 싫어할 이유를 찾을 수 없죠. 김밥 다이어트가 있다면 성공할 거 같습니다. 물론 밥없는 키토식 김밥은 예외입니다.

김밥을 싸고 싶었습니다. 먹는 데엔 눈깜빡할 순간이지만 손이 많이 가지요. 게다가 김밥용 김은 최소 포장 단위가 10장. 햄이나 맛살은 5장 정도죠. 두어 줄 싸자고 재료를 사는 부산을 떨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어젠 맛살, 어묵, 계란, 우엉, 단무지, 영양부추를 넣어 김밥을 말았습니다.

다시마와 청주 그리고 약간의 소금을 넣어 밥을 짓고, 잘 된 밥에 참기름, 깨소금, 소금을 넣어 맛을 냈습니다.

어묵과 맛살을 마른 팬에 살짝 볶고, 계란은 계란말이하듯 두껍게 부쳤죠. 영양부추는 살짝 소금에 절인 후 헹궈 물기를 꼭 짜고, 우엉과 단무지도 헹궈 꽉 짜서 물기를 뺐어요.


그리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잘 말진 못하지만 그래도 대략 모양이 나왔습니다. 맛이요? 저렇게 간을 많이 했는데 맛없긴 어렵죠. 남편과 신나게 먹었습니다.


성북동에서 저희가 자주 가는 김밥집은 옛날 방식의 >영아네김밥>과 최근 생긴 <성북동김밥, 2022.7 주임 바뀜. 맛도 바뀜. 인심도 바뀜>입니다.

영아네김밥은 밥이 참 좋아요. 간도 좋구요.

성북동김밥은 채식김밥도 갖췄어요. 그런데 매일 맛이 미묘하게 다른 게 흠이죠. 주인까지 바뀌며 이제 안가요(2022.09)

<호랑이김밥>도 좋긴한데 여긴 밥 간을 일본식으로 해서 좀 달아 덜 가죠. 그래도 별미김밥을 먹기엔 좋아요.


오늘은 어제 김밥을 먹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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