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하게 눈물을 흘리는 법

음악여행 - 스페인

by 윤담

견딜 수 있을 만큼 운다.

마음속 옹이는 들꽃처럼 흔해서,

그 깊이를 끝내 헤아리지 못한다.


감정의 모양을 왜 눈물로만 재려 하는가.

그건 어쩐지 단조롭고, 너무도 상식적이다.

적어도 이곳, 스페인에서는.




다그닥, 다그닥—


한 여자가 재빠르게 땅을 굴렀다.

무도회에서나 볼 법한 붉은 드레스를 입고,

캐스터네츠처럼 경쾌한 소리를 냈다.

그 새뜻한 충격이 기타 반주에 맞물려 퍼졌다.


바로 스페인의 집시 음악, 플라멩코였다.

그 속엔 집시의 깊은 한이 서려 있었다.

이교도라는 이유로 쫓겨나,

갈 곳도, 반기는 이도 없는 떠돌이 신세.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그들은 눈물 대신, 발로 땅을 두드렸을 것이다.


기타의 현이 떨릴 때마다

땅을 구르던 여자의 치맛자락이 공기 속에서 부서졌다.

슬픔이 그렇게 아름답게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네 노래에 감정을 더 실어봐.”

누군가의 조언이 문득 떠올랐다.


슬픈 느낌은 바이브레이션,

다정한 느낌은 공기 반, 소리 반.

나의 노래는 언제나 방정식처럼 명료했다.


하지만 플라멩코를 보고 깨달았다.

음악에 방정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떤 방식이든,

마음속 소용돌이에 몸을 맡기면 된다.


음악에 실린 감정에 스스로 동화되는 순간,

비로소 모두의 마음을 건드리는

진짜 예술이 시작된다.


적어도 노래할 때만큼은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을 내보여도 된다.


아니, 예술을 빌리지 않고도

눈물을 경쾌하게 흘려보낼 수 있다면,

나의 음악은 더욱 다정해지겠지.


적당히 울며

단단히 자물쇠를 채워왔던 나는

그제야 열쇠를 찾은 것 같았다.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내 음악은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음악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