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낯선 유럽에서 나는 관조하는 자였다.
홀로 이곳저곳을 떠돌며, 유명한 공연은 물론
길거리 버스킹까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한국에선 늘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았는데,
이번엔 그 뒤편에서 박수갈채를 보내기 바빴다.
제삼자의 시선에서 본 유럽은,
확실히 예술의 성지였다.
그러나 그 화려한 무대와 환호 속에서
나는 여전히 표면을 부유하는 관객 중 하나일 뿐이었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선 들렸을 것이다.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내 마음이,
날이 갈수록 풍선처럼 부풀어가는 소리를.
‘유럽 버스킹 허가’, ‘앰프 대여’, ‘무대 대관’
검색창엔 나날이 꿈의 잔해가 쌓여갔다.
그러나 세상엔 눈에 보이지 않는 표면이 존재했다.
허가서, 서류, 비용, 그리고 언어의 벽.
그 표면은 이방인인 나를 조용히 밀어내고 있었다.
결국 수확 없이 침대에 몸을 던지는 날이 많아졌다.
창틈으로 여름의 냄새가 스며들었다.
녹음은 봄을 털어내고, 포기와 체념의 향을 실어왔다.
그래, 어쩌면 이건 뜬구름 잡는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유럽에서 공연을 한다니,
어쩌면 그들은 외국인의 노래 따윈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남은 시간, 여행이나 다녀볼까 —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 보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체념 속에서
낯선 잔향이 피어올랐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더라도,
이곳에서 단 한 번이라도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욕망.
욕망의 끈을 느슨히 쥔 채 무작정 이탈리아로 떠났다.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려 했건만,
나의 존재가 처음으로 주인공이 된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종차별의 대상으로.
그들의 시선은 나를 투명하게 만들었지만,
그날의 끓는 듯한 분노가
꺼져가던 내 의지에 다시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