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부른 옛사랑
"이 곡은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옛사랑을 그리는 노래입니다."
나는 어눌한 영어로 천천히 소개를 이어갔다.
"제가 외국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오늘 이 음악으로 우리가 함께 연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주가 흘러나왔다. 나는 멜로디 위에 둥둥 뜬 채 그대로 몸을 맡겼다. 재즈처럼 순간의 감정에, 플라멩코처럼 슬픔을 녹여내며 노래했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내버려 두듯이
나는 노래에 마음을 실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느린 이별을 겪고 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스러질 모든 인연 앞에서, 애써 막을 수 없는 고독을 그저 내버려두어야 하는 순간들에 대해 노래했다. 이 자리에 있는 당신은 어떤 이별을 겪고, 또 얼마나 가슴 시린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부디 이 마음이 전해지기를.
그런 마음이 전해졌을까.
노래가 끝나자, 짧은 정적을 깬 것은 터질 듯한 환호와 박수 소리였다. 관객석의 어둠 사이로 방금 전까지 함께 나눈 슬픔이 일렁이는 듯했다. 어떤 이는 눈물로, 어떤 이는 아낌없는 박수로 나의 무대에 찬사를 보냈다.
언어도, 국경도 다른 우리가 '음악'으로 하나가 된 순간. 벅차오르는 마음을 Thank you so much란 인사로 대신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나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리허설 장소를 알려주었던, 바로 그 소녀였다.
"오늘 노래해줘서 고마워요. 들으면서 눈물이 났어요."
눈물을 글썽이던 그녀의 표정을 마주한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음악이 언어의 벽을 넘어, 그들의 마음에 닿았다는 것을. 내 꿈을 이뤘다는 사실보다, 누군가에게 깊은 위로를 주었다는 사실이 더욱 감격스러웠다.
낯선 땅에서 꿈을 뿌리내리는 일. 그것은 혹독한 겨울을 나며 기어이 꽃을 틔우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 추위에 꺾여 포기했다면, 나는 영영 알지 못했을 것이다.
벅차오르는 성취감도,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는 자신감도, 나의 노래에 누군가 찬사를 보내는 이 감동도.
그날 날 응원해준 나의 친구들, 음악 축제를 제안한 폴란드 친구, 그리고 그곳을 찾은 낯선 독일 사람들. 그들은 모두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살아있다. 그리고 여전히 나에게 꿈을 꿀 힘을 준다.
베를린 가수 김해김씨의 마지막 무대는,
그렇게 따뜻하고 또 자유로웠다.
(2절은 Klove이 개사한 영어가사로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