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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달 april moon Jan 06. 2020

정석에 갇혔던 '수학' 구출하기

김민형 |『수학이 필요한 순간』| 인플루엔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다 보니 주변에 초등학생을 많이 알게 된다. 그 아이들은 보통 축구나 아이돌 혹은 스마트폰과 깊은 사랑을 나누고 있다. 간혹 그 애정의 대상이 콜라이거나 더 드물게는 책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수학’에 심취한 경우는 안타깝게도 0에 가깝다. 그 아이들은 아직 함수를 배우기 전인데도 말이다. 아이돌과 스마트폰이 없었던 나의 학창 시절을 돌아봐도 수학에 애정을 품었던 친구는 굉장히 소수였다. 음... [수학포기자 = 수학성애자³]과 같은 공식이면 맞을까?

사실 나는 수학을 좋아하는 낮은 확률에 속한 표본이었다. 도형과 확률 통계는 꽉 잡고 있었기에 시험이 끝나고 답안이 발표되기 전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경험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도 수학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수학은 그저 시험을 통해 우열을 가리기 위한 과목 정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합 이후로 깨끗했던 수학의 정석을 보유한 이들이 흔히들 말하는 “사회 나와서 사칙연산 말고는 써먹어본 적이 없는데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데에 동의해왔다.



수학은 어렵고, 재미없고, 쓸데없다는 고정관념. 『수학이 필요한 순간』 역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 고정관념이 수학의 전부가 아니며. 수학적 사고는 우리의 삶과 아주 밀접하다고 작가는 피력한다. 저자이자 저명한 수학자인 김민형 교수는 지구 상에 몇 안 되는 수학 성애자임에 틀림없다. 수학을 전공으로 서울대학교 최초의 조기졸업생에, 예일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간단한(?) 이력만으로도 충분히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수학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다. 김민형 교수의 대중 강연을 토대로 정리한 이 책에는 대중과 수학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담겨있다. 세상에 수학을 얼마나 좋아하면 절대 다수인 수포자들에게 “수학이 이런 거야”라고 해명하고 싶었을까.


수학은 무엇인가? 저자가 위키피디아에서 옮겨 놓은 수학의 정의를 보면 이렇다.

수학은 양, 구조, 공간, 변화 등의 개념을 다루는 학문이다. 현대 수학은 형식 논리를 이용해서 공리로 구성된 추상적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수학은 그 구조와 발전 과정에서는 자연 과학에 속하는 물리학을 비롯한 다른 학문들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하지만 여느 과학 분야들과는 달리, 자연계에서 관측되지 않는 개념들에 대해서까지 이론을 일반화 및 추상화시킬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수학자들은 그러한 개념들에 대해 추측하고, 적절하게 선택된 정의와 공리로부터의 엄밀한 연역을 통해서 추측들의 진위를 파악한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수학에서 더 도망치고 싶은 마음만 든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김 교수의 설명을 듣다 보면 “어라? 수학이 이랬나? “ 싶은 마음이 살짝 들 수 있다.


신비롭고 흥미로운 우주부터 시작해볼까? 물론 이론적으로 들어가면 정말이지 골치 아픈 것이 우주이기도 하다. 저자가 꼽은 수학적 발견 세 가지가 그 골치 아픈 이론에 해당될 것 같다. 빛은 최단 경로로 이동한다는 페르마의 원리, 뉴턴의 운동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상대성 이론), 그리고 좌표의 발견. 이 세 가지 과학혁명은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주에 관해 쓰여 있는 언어를 배우고 친숙해져야 하는데, 그 언어는 수학적인 언어다.라고 했던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말에 함축되어 있다. 갈릴레오처럼 본다면 저 위대한 수학적 발견은 우주에 대한 우리의 갈증을 해소한 중요한 단서이니 조금 더 관심 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학은 과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교통사고를 막을 수 없고 그중에 자동차 안의 5명 혹은 자동차 밖의 4명 중 한쪽이 꼭 사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이러한 트롤리 딜레마는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선택할 확률의 선과 악이라는 부분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또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어떤 방식으로 채택하느냐에 따라 선출자가 달라진다는 경우의 수 문제는 혼란스럽기도 했다. 두 가지 모두 수학적 사고가 담긴 사회적인 고민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왔다.

하긴 그런 문제가 아니라도 우리의 일상은 수학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오늘 점심 식사 후 친구들과 더치페이를 하기로 했다면 나누어야 할 금액을 계산하거나, 내일 비가 올 확률을 보며 우산을 챙기지 말지를 결정하는 문제도 모두 수학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미학의 구도와 황금비율은 물론 선택과 기회비용을 저울질하는 문제 역시 수학 안에 있다.


얼마 전 우연히 접한 자녀 진로에 대한 강연에서 “아이들을 절대 수포자로 만들지 마세요.”라는 호소를 들었다. 간단히 말하면 이공계 직업군이 훨씬 많은 데다,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라 이과에서 문과로 옮기기는 쉽지만 그 반대는 어렵기 때문에 대학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확률에 근거한 그 설득은 마음 한편이 쓰라리다.


김민형 교수는 말한다.

일상의 문제에서도 정답부터 빨리 찾으려고 하기보다 좋은 질문을 먼저 던지려고 할 때, 저는 그것이 수학적인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대범하게도 수학적 사고를 통해서만 우리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우리가 찾는 답이 의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66쪽)

제목 위에 쓰인 ‘인간이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마주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분명 수학의 정석이라는 틀을 과감히 벗어던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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