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쓰기 #4

지하철

by Untitled

일요일 늦은 오후 지하철 역사 안은 한가하다. 타려던 열차가 방금 전 출발해 버려서 벤치에 앉아 기다린다. 지하철이 올 시간이 되자 하나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다들 역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나오는 건가? 일요일 이 시간에 다들 어디를 향하는 걸까.


나는 친구네 집에 간다. 선물로 시기에 맞춰 붉은 톤의 꽃다발을 사서 한 팔에 안고 있다. 지하철 안에는 띄엄띄엄 자리가 있다. 몇 정거장만 가면 돼서 구석에 서 있는다. 객실 분위기가 차분하다. 겨울답게 모두가 검은색이나 무채색 외투를 입고 있는데, 내가 든 꽃다발처럼 붉은색 외투, 가방, 후드티가 듬성듬성 눈에 띄어 귀엽다.


환승하러 이동하자 어르신들이 많이 보인다. 등산복을 입고 계신 분들이 좀 있는 걸 보면 근처에 등산 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폼폼이 달린 털모자를 쓰고 계신 할아버님 한 분은 휴대폰으로 목사님의 설교를 경청하고 계신다.


일요일 저녁 외출을 잘하지 않기 때문인지 마음이 조금 무겁다. 지하철 내 형광등도 좀 어두운 것 같다. 그런데 문득 고개를 드니 앞에 앉아 계신 분이 빨간색 맨투맨에 빨간색 스카프를 두르고 계신다. 겨울에 빨간색은 좋은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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