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쓰기 #10

더운 나라의 스타벅스

by Untitled

다닥다닥 일렬로 붙어있는 테이블들에 각자 노트북을 보며 앉아 있다. 테이블이 동그랗지 않고 네모나다는 것이 우리나라와 유일한 차이인 것처럼 보인다. 밖은 32도의 덥고 쨍쨍한 날씨인데, 스타벅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시원하다 못해 한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두툼한 후드 집업을 입은 사람들도 꽤 많이 보인다. 여기서 오래 머물며 일이든 과제든 하려면 필요할 것 같은 외투다.


한 편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테이블에는 모두 학생이다. 오늘은 이 나라의 휴일이기 때문에 대학생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들도 있는 것 같다. 내 옆에는 알 수 없는 수학 문제들이 가득 적인 종이를 들여다보며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세 명의 여학생이 있다. 열심히 문제를 풀다가도 한 번씩 수다를 떨며 까르르한다. 내 앞 쪽으로는 두 명의 여학생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명랑하고 진지한 대화들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똑 떨어지는 목소리가 꽤나 듣기가 좋다. 아마 학교 팀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옆쪽 테이블에는 엄청난 전공책과 아이패드와 필기구, 계산기가 있고 두 명의 남녀가 말도 없이 머리를 감싸 쥔 채 고민하고 있다.


뭐든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겨우 끼어서 나도 무언가를 해본다. 이사 온 이 먼 나라에서도 아늑한 집에서 나와 뭐든 하려고 나와서 앉는 곳이 결국 스타벅스라는 것이 어쩌면 조금 지루지만, 여기에서도 마음껏 이야기하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인가 보다.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에게도 약간의 열심을 심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풍경 쓰기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