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쓰기 #9

따뜻한 나라의 아침

by Untitled

이사를 왔다. 알 수 없는 새 울음소리가 들리는 아침이다. 낯선 새소리가 조금은 시끄럽게 느껴진다.


커튼을 걷으면 따뜻한 햇살이 느껴진다. 문을 열면 따뜻하고 축축한 공기가 코 안으로 들어온다. 발코니 맞은편 아파트가 보인다. 이곳은 발코니가 없는 아파트가 없다. 발코니에는 빨래 건조대가 있고, 그 옆에는 의자들이 놓여있다. 문득 밖을 보면 상의를 벗고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읽고 있거나 햇살을 받으며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어떤 발코니에는 정글처럼 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아파트 옆으로는 작은 하천이 흐른다. 아침 햇살을 받아서 물이 반짝이고 있다. 하천 옆의 작은 길을 따라서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이곳에서는 어디에서나 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일 년 내내 비슷한 기후 속에서 늘 러닝을 하는 건 어쩌면 가장 안정적이고 편한 몸과 정신의 관리법 같은 것 아닐까. 나도 조만간 저 하천 옆을 뛰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파트 건물들 사이의 틈들은 열대 식물들이 메우고 있다. 그 초록은 하천 옆의 공원까지 이어진다. 식물에서 느껴지는 기후. 초록색의 야자수들, 길고 반짝이는 잎들을 가진 열대 지방의 풀들과 빨갛고, 노랗게 환한 많은 꽃들을 본다. 아직은 그 풀들이 새롭고, 꽃들은 매번 예쁘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주 연한 하늘색의 하늘이다. 내가 기억하는 맑은 날의 우리나라 하늘은 쨍한 파란색이고 사진을 찍으면 더 쨍하게 보이곤 했다. 그런데 이곳의 하늘은 어쩐지 늘 연한 색이다. 분명히 해가 내리쬐고 있는 맑고 밝은 날인데도 어딘지 파랗지는 않은 하늘.


따뜻한 공기를 마시며 바라보는 이 생경한 풍경이 흥미로운 날도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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