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OO Nov 10. 2024

나쁜 리더는 자연재해와 같다

지난 2주 간 스타트업의 상처받은(?) 경험 있는 시니어그룹과의 세션이 있었다. 지난 글에서 다루었던 류의 경영자와 일하며 진저리 쳤던 경험들이 다양하게 나왔다.


사실 채용 중에 보면 이런 분들을 만나기 어렵지 않다. 그래서 다음 이직 때엔 더 뾰족해진 가시를 세워 따지는 것도 많다. 한 번 크게 혼난 후엔 이직의 기준도 제법 바뀐다.


경영자를 비난하며 분노하는 사람,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거나 내가 부족했다 반성하는 사람, ‘다시는’ 어떤 유형과 일하지 않을 거라는 사람 등. 각자의 경험을 해석하고 대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힘든 리더들을 겪은 후 이전의 나는 어땠나 되짚어 보면 조금씩 달라졌다. 경험이 쌓였다고, 나이가 더 들었다고 성숙해져가기만 했느냐 하면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매우 안타깝게도 치를 떨거나 모두가 욕하는 리더가 천벌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시련에 따라 문제 많은 리더라 했어도 그를 계기로 좀 변하는 때도 있긴 있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좀’, ‘있긴 있었다’.


리더의 품성과 역량이 미흡하거나 미성숙해 벌어진 상황이라면 살아가며 발달될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 경험상 부족한 리더가 아닌 질 나쁜 리더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련이 오면 반성과 학습보다 부정적 강화만 공고해졌다.


큰 조직에 있을 때에도 그런 리더들을 조직이 알면서도 성과란 핑계로 묵인할 때 분노를 느끼곤 했다. 그러나 그들이 면직되는 걸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위에 쌓인 상사들이나 때 되면 하는 리더십 피드백 등에서 조금씩의 챌린지는 있었다.


그러나 대기업의 한 팀이나 실 정도 규모인 스타트업에서 CEO가 이런 뷰류이면 얘긴 많이 다른 거 같다. 팀장이 아니라 CEO라서 조직 내 촌철살인 피드백을 받기도 어렵다. 저러다 언젠가 망하지, 큰일 나지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뒤 안 돌아보고 내 할 일 하는 게 최선이다. 아무리 잡플래닛에서 털려도, 아무리 소문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여기저기 얼굴 비출 사람은 다 비추고 투자도 받는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상황에서 상처받고 분노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1. 남탓하기 싫다며 셀프 가스라이팅 하지 마라.

2. 그는 그대로 잘못했고, 나는 다음엔 어때야지면 충분하다.

3. 그래도 이해한다며 상대 편들지 마라. 어디까지나 그래야 내 맘이 편한 거지 그러다 나만 소모된다

4. 나쁜 리더, 나쁜 조직은 자연재해 같은 거라 생각하자.

5. 만날까 두렵고 피하려 노력한다고 다 피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그로 인해 절망하고 염세주의자가 될 필요도 없다.


모든 일과 관계, 그리고 감정에 정답은 없다. 단지 오답은 있다.

나를 지나치게 소모시키는 상황에 나를 두는 오답만 잘 피해도 다음이 있다. 두고두고 분노를 내 맘에 두는 것도, 억울함에 한 번씩 울컥함을 남기는 것도, 다음엔 절대 실수 안 한다 유난을 떨어도 내 이성만 가릴 뿐이라서다.


오지선다 문제도 틀린 거 하나를 고르기보다 맞는 걸 고르란 게 더 어렵지 않나. 정답을 찾겠다 기를 쓰지만 오답에 날 두지 않는 게 가장 쉬우면서도 현명한 건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심각한 인사이슈엔 반드시 심각한 리더십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