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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Aug 30. 2021

선출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그렇긴 한데, 또 꼭 그렇다고만 할 수는 없고..

페북 타임라인과 각종 매체에서 선출이 아님에도 탁월한 전술과 리더십으로 배구팀을 이끈 라바리니 감독에 대한 이야기들을 꽤 자주 보고 있다.

스타플레이어가 반드시 탁월한 지도자가 되던 건 아니라함은 너무나 흔한 일.

그래서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면으론 이걸로 일부 사람들은 자기 합리화의 좋은 소재로 이용할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면 기우인가..

특히나 '해당 분야 전문성 혹은 경험'이 없던 이들이 리더에 오르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스타트업씬에서 말이다. 




79년 생인 라바리니 감독은 16살에 코치 생활을 시작했고, 16년 후에서야 첫 감독을 맡았다. 감독을 맡은 후에도 팀의 우승은 2015년이었다.


단순히 이를 리더십에 연결 지어 선출이 아니어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명선수만이 명감독이 되는 건 아니라며 배구 인기에 묻어 이야기할 건 아니란 거다.

출처: http://asq.kr/xB6tJl

코치로서의 16년 간, 말이 코치지 후보선수만도 못했을 16세 청소년은 선수들의 온갖 뒤치다꺼리를 했을 것이고 수많은 리더 코치와 감독들, 뛰어난 선수들을 겪으며 성장했을 것이다. 감독이 되고도 그의 팀에는 이미 탁월한 스타플레이어들이 있었을 거고.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해도, 시스템과 각 전문가들이 받치고 있었기에 별 문제가 되진 않았을 거다. 


라바리니 감독의 리더십과 비선수 출신 감독의 성공 사례에서 자주 언급되는 게 분석, 최신의 전략/전술 이해, 커뮤니케이션이다.

한창 배구가 핫했으니 라바리니 감독은 실제 그의 뛰어남과는 별개로 많은 것이 포장되어 오르내리겠지만 어쨌든 그도 이 세 가지로 리더십을 발휘했다 한다.

그러나 이런 예는 실제로는 극히 드물고, 존재감 전혀 없었을지 몰라도 무명의 선수 생활이라도 해봤던 명장들의 사례가 훨씬 많다.


물론 현장을 겪었다 해서 모두가 뛰어난 건 아니다,

다만 몸으로 부대껴 봤다는 거, 미세한 감정 역학과 움직임 등 모든 상황상황에서 체득한 지식과 경험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비현장 출신의 분석과 전략을 책상쟁이나 샌님으로, 비현장 출신 전문가(?)라는 이들은 현장을 전략이나 분석이라곤 모르는 사람들로 서로가 서로를 아니꼬워하기도.


좀 다른 얘기이나 라바리니 감독이 처음 한국대표팀에 부임했을 때 한국 선수들의 외모로 나이 가늠을 못해 20대 운동량으로 훈련시키다 선수들의 항의로 수정했다 한다. 이 역시도 이미 유럽리그에서 감독으로 성공했고 수백의 선수를 겪었다지만 전혀 모르는 낯선 동양팀에선 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좋은 예가 아닐까 한다.


그가 현재의 찬사를 받는 데엔 그의 노력, 성장, 실력의 세 박자가 맞았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건 그 노력과 성장과 실력이 쌓이는 데에 좋은 선배 감독들이 있었고, 탁월한 선배 코치와 각자의 포지션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아오며 그들의 역할을 해내는 동료들, 그리고 역시나 본인보다 압도적으로 현장 경험에서 뛰어난 선수들과의 무수한 시행착오와 학습 과정에서 비롯됨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이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는 거.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가진 리더여도 뭔가를 이루는 데에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 탁월함을 가속시키고 지원해줄 (보잘것없어 보일 지라도) 전문가, 최소 경력자들과 파트너십을 가지고 함께 머리를 싸매고 부대껴야 한다.


리더십의 요건으로 언급되는 건 다양하지만 보통은 전문성과 과제 관리,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으로 요약 가능하다. 탁월한 역량으로 전문성도 빠르게 확보해 가고 업무(일정, 리소스 배분 등)관리도 금방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경험상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다양한 갈등상황을 풀어나가는 데엔 절대적으로 시간과 많은 케이스를 부대끼며 축적해 가야 쌓아가야 하는 지리한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대기업에 오래 있었고, 내 경험의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쌓으며 성장해왔다. 스타트업에 나온 지는 이제 1년 하고 몇 달일 뿐이고.

그래서 감히 아는 척을 할 수는 없지만 분명 두 씬이 다르다 해도 다를 바 없는 것도 많다 느낀다. 일하는 방식, 사고, 업무 Tool과 성장 방정식 등 대부분이 참 다르지만 말이다.

다를 바 없다 생각하는 건 결국 양쪽 모두 '사람'이 모여 하는 일이라는 거.


때문에 생존과 성장을 위한 단호함이라 포장되기 쉬운 무례함, 상호 존중의 결여, 더 큰 (사회적 포지션 측면에서라면) 성공을 한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하거나 아쉽다 느끼는 이들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무시가 잘못되었다는 건 알겠다는 거.


내 사업을 했을 때에도 내가 실패한 건 이런 아집과 독선 때문이었다. 나만큼 고민하고 나만큼 열심인 직원이 없는 거 같아서.. 그게 답답해 내가 하고 말지였다. 결국 다 하지도 못하면서 끌어안고 무시했었다.


지식도 경험도 성공사례도 많은데 리더로서는 실패한 리더에게서 부정적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는데, 위의 것들이 너무 클 때 그 결정적 약점 하나가 수많은 경쟁력과 조직의 비호에도 그들을 결국 끌어내리더라.


조직의 성장과 큰 부를 이루는 데엔 어떨지 모르나, 어쨌든 내가 보아 온 훌륭한 리더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대하는 것, 사람이 엮인 갈등상황을 유연하게 풀어가는 것, 각 기능별로 오른팔을 고루 잘 쓰더라던 거였다.


스타트업은 실패 가능성이 99%고,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되고, 도전적이어야 한다 등의 말을 많이 듣는다. 스포츠 팀에서 감독이 중요하다지만 팀이 흔들리고 감독이 실패했다 해서 선수들의 커리어가 끝나거나 팀이 해체되진 않는다. 왜냐하면 다른 감독을 앉히고, 든든한 코치진이 있고, 프로 선수들이 있으므로.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서 리더의 리더십이 실패한다는 건 함께 한 코치와 선수들도 무너지기 쉽다는 건 차이가 아닐까.


그래서 더더욱 리더십이 독점적이어서는 안 되고, 함께 나눠가지며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만 따라와, 내가 다 책임질게" 보다 어려운 건 "해봐, 내가 다 책임질게". 이쯤 되면 임파워먼트야 말로 리더십의 가장 큰 용기이자 역량이 아닐까.. (물론 정답은 없고, 있다 해도 내가 정답이라 말할 깜냥은 아니다)



누구나 맞아맞아라며 공감할 만한 상황과 많은 공통점들이 있어도 결정적 차이를 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인데 두루뭉술하게 일반화하곤 한다. 그리고 초반과 과정을 스킵한 채 현재 결과로 모든 걸 평가하고 추앙하기도 한다. 내 상황을 합리화 하기 위해 뭔가를 갖다 붙이는 것, 분위기에 편승하는 일반화와 결과만 보는 걸 경계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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