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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수양의 놀이 - 투호

1일 1문화유산 읽기

[1일 1문화유산] 하루에 하나씩 문화유산을 큐레이션 해드립니다. 글 소재는 그때그때 필자가 꽂히는 것들인데, 주로 건축물, 민속, 조각 등입니다.



☑️ 명칭: 투호
☑️ 분류: 민속 / 놀이



✅ 계묘년(2023년) 우리 설에 광주민속박물관에서 사촌동생과 함께 체험한 투호놀이입니다.


✅ 투호병과 투호 화살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투호 병과 일정 거리(약 1.5m)를 두고 빨간색 살과 파란색 살을 던져서 더 많이 넣는 쪽이 이기는 간단한 놀이입니다.


✅ 옛 책 《북사(北史)》〈백제전(百濟傳)〉과 《신당서(新唐書)》〈고구려전(高句麗傳)〉에 고구려와 백제 사람들이 투호를 즐겼다는 내용이 있는 걸로 보아 한반도에서도 일찍부터 향유한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 크게 유행했고, 조선시대에는 궁중 연회나 높은 관리들의 기로연(조선시대 기로소에 등록된 전·현직 문신관료들을 위해 국가에서 베풀어주는 잔치)에서 즐겼습니다.




✅ 퇴계 이황도 살아생전 투호를 즐겨 했는데요. 옛 천 원권을 보면 퇴계 이황 옆에 투호가 그려져 있기도 합니다. 선생이 투호를 정신 수양의 일환으로 여겼기에 투호를 ‘마음을 가라앉힌다',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한다'라는 뜻의 ‘정심’을 붙여 ‘정심투호(定心投壺)'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투호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투호가 생각보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놀이입니다. 몸 전체의 균형을 잘 잡고, 거리를 잘 가늠해서 던져야 성공률이 높은데요. 균형이 흐트러지면 살을 잘 꽂아 넣기가 어렵습니다. 공부는 물론 사소한 일이라도 잘 해내기에 위해서는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이름 붙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 사마광(司馬光)이 쓴 《투호격범(投壺格範)》이라는 책에서는 투호 병이나 화살의 길이를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투호 관련 유물을 보면, 투호 병이나 투호 살의 크기가 다양한 걸로 미루어 보아 투호가 민간으로 퍼지면서 정해진 규격을 맞추기보다는 자유롭게 활용한 듯합니다.

(영상 속 아이는 제 늦둥이 사촌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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