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유실험을 시작하는가

사유의 첫 파동, 파편이 아닌 구조로

by Seon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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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유실험을 시작하는가


처음 마주 앉아 이 글을 쓰려 하자, 온몸에서 땀이 났다.

캐묻고 또 캐물어도 모든 게 명료화되어 정답처럼 느껴지는 이 세계에, 나는 오래도록 싫증이 나 있었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어디에도 기대기 어려웠고, 누구와 있든 살을 부둥켜 안는 일은 가능했지만, 깊이 있는 대화는 어김없이 한계를 드러냈다.

그런 나에게, 유일하게 진실되게 마주할 수 있었던 건 글이었다.


하지만 나는 도망쳤다.

글이란 도구를 내 안에 묻어두고 살았다.

높은 자기의식과 현실 사이의 괴리,

그리고 “어차피 누구도 안 읽어주겠지”라는 조소.

자존감은 낮았고, 그 조소를 던져버리는 게 무엇보다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무서울 것이 없다.

누군가 읽지 않더라도, 나는 이 고독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살아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은 도피가 아닌, 나를 사랑하는 작용의 초입이며

Seon J.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영속적인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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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란 무엇일까.

그저 머금고 있던 생각을 조심스레 세상에 꺼내는 것.

범속한 일상을 가학적으로 해체하려는 시도.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하고 불편할 수도 있는 생각이겠지만, 나는 그 잉여를 견디며 살아왔다.

언젠가 아주 적은 누군가와,

조용한 공동체의 여름밤 안에서 익은 수박을 함께 나누듯 이야기를 나누는 꿈도 꾼다.


나는 겸손을 잠시 내려놓기로 한다.

이건 내 안에서 오랜 시간 미뤄뒀던 생물학적 변태의 과정이다.

내가 가진 전문성은 미약하고, 한 가지 분야에 정통한 글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평생을 체계 속의 관찰자로 살아왔다.

그리고 그 관찰의 태도가,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제도와 윤리, 사회의 구조에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

나는 사유의 돌멩이 하나로 남고 싶다.


이 글이 닿는 당신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이미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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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 J.의 사유실험은 콘텐츠가 아닌 시스템입니다.

깊이 생각하고, 넓게 보는 당신을 초대합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