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소개소를 다녀오던 날
9살쯤되어보이는 사내아이와
남편까지 데리고 우리집에
들어온 여자
함흥옥
경기도 양주군 남면 신산리
군부대 주변의 술집이었다
얼마나 팍팍하고 먹고 살기 어려웠으면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흘러왔을까
그녀의 출중한 미모도 한몫했겠지만
남편도 아이도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사연일랑 그 당시 열한살남짓 어린나도
알 수 없었으나
그저 막연히 느껴지는
세상의 무게가 바위돌만 같았을터
그 아이의 이름은 요섭이었다
아주 가끔 그 아이의 슬픈 눈빛을
마주 하곤 했다
애써 그눈빛을 모르는체 외면할뿐...
술을 따르는 에미를 보며
가슴에 하나씩 베어져나가는
별의 파편을 보았겠지
그리고 무능한 아비를 원망했겠지
세상은 그리
녹록치않았다는 걸...
난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어차피 알게 될 삶의 무게
짐짓 모른체 지나쳐볼걸...
그랬다
밤마다 두들겨대는 젓가락장단에
그렇게 내마음속에도 북이울렸다
그래도 그밤은 지나가고
또다른 아침이 오리라는
굳건한 믿음으로
견뎌온 세월들
그 아이와 내가
함께 견뎌낸 무수한 그 밤들도
이제는 밤하늘의 흩뿌린
별의 조각처럼 잊어보려한다
창백한 그녀의 미소처럼
흐드러지게 슬펐던 그밤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