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참 많이 두려웠습니다.

"미안한데, 네가 살아온걸 생각해보면 난 행복했구나 싶어."

by 낭만

무모하게 작가신청을 해놓고 얼떨결에 승인을 받았습니다. 나같은 사람이 한 번에 승인 받다니. 마우스가 미끄러져 잘못 승인한건 아닐까 하며 승인 취소가 될 수 있으니 몇일을 기다려보자 하고 글을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선 정말 글 써도 된다는건가 라며 기뻐하며 글쓰기 버튼을 눌렀던 순간 내 손에서 느껴지는 기나긴 침묵은 잊을 수 없습니다. 우습게도 어떻게 써야하는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웹 브라우저를 열어놓은 채로 책방으로 냅다 달렸습니다. 어떻게 글을 써야하는지 글쓰기에 대한 책을 다섯권을 집어왔습니다. 글쓰기 책들을 읽으며 글쓰기의 고수가 되어야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용기가 필요했었던 것 같습니다. 내 이야기를 모두의 앞에 내어놓을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것들을 진실하게 풀어내야 한다는 생각하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사실 살아온 것을 보면 잘난 삶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써 내는 사람들을 보면 저마다 굵게 하나씩은 획을 그어온 사람들이라던가 씀에 있어 사명감과 고뇌가 있는 분들이 많은데, 전 그저 저의 감정과 삶을 풀어놓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삶을 다시 마주하기 위해서 이런 전환점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어 썼습니다. 뱉어내야 조금은 홀가분해질 것 같았습니다. 이 곳에 나의 지난 삶을 묻어두고 그로부터 해방을 얻고 싶어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참 많이 울었습니다. 지난 날의 내가 가여워서, 그 시간들을 살아낸 내가 기특해서 많이도 울컥했습니다. 그럼에도 두 달이란 시간동안 연재를 했던 것은 나의 힘듦을 나열하기 위함은 아니었습니다. 문득 나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미안한데, 네가 살아온걸 생각해보면 난 행복했구나 싶어."


나의 이야기가 위로와 안도감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또 누군가는 자신의 가족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고요. 신기했습니다. 누군가는 마음의 고통을 덜기 위해 토해내듯 말하고 글을 쓰기도 하지만, 그 고통으로 누군가는 가족이라는 본질에, 삶의 본질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SNS를 좋아하지 않는 제가 좋아요를 그리 살펴본 것이 처음입니다. 좋아요 갯수가 몇개이냐보다는 첫 화부터 제 이야기를 읽으러 와주시는 분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보진 않았어도 내 이야기를 보려고 꾸준히 읽으러 와주시고 흔적을 남기고 가주시는 그 마음과 때로는 중간부터 읽더라도 이전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전 회차까지 읽어주시는 분들 또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하루라도 늦어지면 한 명이라도 내 이야기가 올라오진 않았는지 궁금해하며 기다리거나 하진 않을까 하며 설레는 맘으로 썼습니다.


첫 연재지만 전 성공한 것 같습니다.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을 만나 더없이 행복합니다. 그런 말을 읽었어요. ’생각한 것이나, 있는 것 그대로 쓰기만 하면 그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이 해주신다.‘라는 것을요. 저의 삶을 써내려가면서도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려 노력했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씁쓸한 덩어리들을 몇 번을 삼켰는지 모를만큼이요. 그렇게라도 쓰고 나면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판단해주시겠지요? 그럼에도 서투른 표현이 드러나있다면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아프면 내가 존재하는 세상도 아픕니다. 내가 행복해야 나의 세상도 밝을테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고단하다 하여도 그 힘듦도 분명 지나고 나면 술 한 잔 기울이며 대수롭지않게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지나온 시간들을 양분삼아 살다보면 살아지더라구요.


아파도 살지 못 할 사람은 없습니다.

아파도 살아지더군요.

아파도 살아집니다.


직접적으로 인사를 건네진 못했어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안부와 위로를 전합니다. 지금을 살 수 있음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여러분의 앞날이 안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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