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산다

by 윤슬작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서운함 또는 억울함으로 인해 남편과 다툴 때가 있다. 감정보다는 지적인 능력을 곧잘 발휘하는 남편이 사회적,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지적인 능력을 발휘하기보다는 감정에 이끌릴 때가 많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어떤 것이 맞다, 옳다는 방향보다는 어느 쪽이 더 나을까의 방향에서 얘기를 시작했는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부분 마무리되지만 어떤 날에는 위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며 어렸을 때 두 아이는 부모님의 이혼과 자신의 앞날을 고민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면 나는 누구와 살지?"


우리는 의견 충돌의 과정을 지나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이별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가끔 언성이 높아지는 모습이 보이게 되면 걱정되는 마음과 함께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남편과 나는 이 또한 현실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다툼을 이어가다가 그날 풀리는 경우도 있고, 또 며칠이 지난 후에 언제 그랬냐는 듯 나아져있기를 몇 번. 그런 풍경이 익숙해진 걸까. 요즘은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다. 언젠가 남편과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열심히 유튜브를 보던 큰 아이가 뜬금없이 말을 건네왔다.


"엄마, 아빠가 행복하면 됐어!"


장난기가 발동한 남편이 한마디 건넸다.

"근데 엄마, 아빠 이러다가 또 싸울 수 있어"라고.

쓱, 잠시 고개를 들어 우리를 한번 쳐다보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핸드폰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아이가 말했다.


"알지, 당연하지"


가능하면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모습,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애초에 권위 같은 것을 내세울 마음조차 없었기에 그냥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두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가능한 오래 끌지 않으려는 점이다. 견디는 시간을 서로에게 너무 오래 주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어떤 것이든 각자 분명하게 인지되는 사실을 발견하면 누구든 먼저 말을 꺼내는 편인데, 그런 관점에서 요즘 내가 자주 떠올리는 말이 있다.


"오늘만 살자"


'미안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성격인 것을 알아냈기에, 나의 관점에서 제시한 해결책이 최고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내가 부족한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내가 잘났어'라고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이 몇 개나 될까 싶다. 그런 까닭에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사과할 일이 있으면 얼른 하자, 미안하다는 말은 어렵다면 어떤 마음에서 그랬는지 전달이라도 하자, 굳이 내일까지 불편한 감정을 가져가지 말자'라고 말이다.


불필요한 감정으로 인해 나를 자극하고 싶지 않다.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든 자유로움을 누리고 싶다. 나를 분석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보호받고 싶은 마음을 인정해 주기로 결심했다. 그러니까 나에게 조금 더 다정한 방식을 취하기로 한 것이다. 완벽한 보조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불안이나 두려움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한결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희망적인 모습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조금 달라진 오늘이 느껴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