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엄마가 되기는 어렵겠구나

by 윤슬작가

영혼 없이 말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아무 의미 없이 던진 것도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적극적인 공감을 던지지 못했다. 공감은커녕 정확하게 반대 표를 던졌다. 물론 남편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좀처럼 생겨나지 않는 일에 놀랐는지, 첫째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한 마디 말이 없었고, 엘리베이터를 호출해달라는 요청도 없었고,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도 없이 집을 나섰다. 전적으로 공감을 표현하지 못한, 그러니까 어떤한 미덕도 발휘되지 못한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첫째는 유난히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이다. 거기에 시험을 앞두고 잘 치고 싶은 과목이 있으면 누구보다 불안해하면서 동시에 '어떻게든 될 것 같아'라는 마음을 가진, 양면성을 고루 갖추었다. 경험주의자를 추구한 우리의 역할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스스로도 그렇고, 아이에게도 입버릇처럼 '어제보다 하나라도 나아졌으면 충분해'라는 말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봐도 고등학교 2학년인데, 천문학과 관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지금도 하고 싶은 공부만 하고, 그렇지 않은 과목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 쩔쩔매는 상황에서 '저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싶어요'라는 말에 '오케이'를 던져줄 수 없었다.


굽힐 줄 모르는 아이를 설득할 요량으로 몇 마디를 건넸지만 오해만 잔뜩 쌓였고, 급기야 아이의 입에서 듣고 싶지 않은 말이 터져 나왔다. 자신이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그래서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거 아니냐는 말.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고, 또 그렇게 생각해서 건넨 말도 아니었다.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아 더 매진해야겠다고 얘기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인데, 그사이 마음이 흩어진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거기에 하고 싶은 분야의 공부만 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데, 순간적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했던 말이 나올 뿐이었다.


"대학 가서, 네가 가고 싶은 학과에 가서 그때 많이 하면 되잖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응원해 주지 않는 엄마와 아빠에게 서운함을 감추지 않은 채 안내문을 뺏어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아이를 보며 생각했던 것 같다. '남다른 엄마가 되기는 어렵겠구나'라고. 고등학교 2학년에서 모험을 감행해도 된다고 얘기하기 어려웠다.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원하는 학과에 가기 위해 현재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설득만 이어나갈 뿐이었다. 어딘가에 자신을 묶지 않고,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모습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조언이 옳은 것인지 스스로도 의문스러웠다. 하여간 분명한 것은 나 역시 '학부모'라는 사실이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