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지 않아도 되는 말

by 윤슬작가

지난 토요일 약간의 미열로 시작한 목감기가 어제 거의 절정을 이루었다. 금요일 학교에 갔던 둘째는 약간의 미열이 있을 뿐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주말 가족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는데 월요일부터 열은 없는 상태에서 기침이 시작되었다. 어제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목소리에서 갈라짐 현상이 있었고, 다시 동네의 다른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자가 키트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상태였지만, 다시 찾은 병원은 신속 항원 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 음성이 나왔고 코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것이 많고, 코와 목이 심하게 부어있다고 했다.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와 밤에 푹 자고 나면 금세 나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둘째는 기침때문에 밤늦게까지 제대로 잠들지 못했고, 새벽에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엄마, 어젯밤에 몇 번이나 왔지?"

"그랬지..."

월요일 밤에 기침 때문에 고생하는 것 몇 번 왔다 갔다하고, 어젯밤에도 계속 들락날락했더니 그게 기억난 모양이었다.

"엄마... 고마워"


둘째는 남자아이치고는 부드럽게 말하는 편이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게 어렵지 않은 편이고, 세밀한 단어를 선택하여 마음을 전달할 줄 안다. 그러다 보니 "고마워"라는 말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둘째에게서 내가 배움이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나는 현재의 상황,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게 서툰 사람이었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지 않는 편이라, 타인의 감정에 대한 '마음 알아주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렇지만 '나'라는 사람이 중심일 때는 얘기가 달랐다. 마치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품고 있는 사람처럼 적절한 상황, 때를 기다리며 말을 아끼고 마음을 아꼈다. 자신의 속마음이나 감정, 상태를 드러내지 않고, 표현하지 않는 게 좋은 거라는 이상한 믿음 같은 게 있었다.


"고마워"


집밥을 먹는 것처럼 따듯함이 느껴진다. 길지도 않은 짧은 저 한 마디에 하루의 노고가 사라지는 것처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치유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위로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이 언제 그랬냐는 듯 한꺼번에 사라진다. 새벽녁부터 조금씩 잦아진 기침소리가 그저 감사한 아침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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