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여행이다"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여행"을 떠나면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얼마 전 춘천의 남이섬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구에서 출발하니 4시간 30분 정도 예상했는데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배를 든든하게 채웠더니, 시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남이섬에 도착한 것은 늦은 6시. 배에서 내리는 입구에서부터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거기에 '나미나라 공화국'이라는 푯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다른 장소가 아니라 다른 세계를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호텔에 짐을 풀어놓고,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입고는 함께 간 지인과 함께 산책이 시작되었습니다. 둘 다 걷기를 좋아하고, 자연 속에 몸을 푹 담그고 싶은 갈증이 있었던 터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길을 나섰습니다. 남이섬 지도를 펼쳐놓고 방향을 정했습니다. 가장자리를 먼저 돌까, 아니면 가운데 길을 걸으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익힐까. 우선 가운데 길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얘기해서 3시간 정도 걸으면서 가운데를 시작으로 가장자리까지, 결국 남이섬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지는 않았지만, 신선한 공기가 느껴졌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늦은 시각 산책하는 마음은 청명함, 평화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 만난 검은 토끼가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지만, 너무 많이 보니 익숙해졌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은. 거기에 오리, 다람쥐, 청설모, 공작, 타조, 앵무새, 부엉이, 크낙새인지 알 수 없는 처음 본 새까지. 산책길에 나선 것인지 동물원에 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거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놓인 것 같은 예술작품과 조형물까지. 나만의 감각으로 핸드폰을 들고 여기저기 연신 사진을 찍어댄 기억이 납니다. 기억이 기록보다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남이섬은 사계절 모두 다른 모습을 자랑하고, 다시 봐도 예쁘다는 말에 어느 계절에 다시 올까, 잠시 즐거운 고민을 했습니다. 머릿속이 꽉 찬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 자유로움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고 싶은 분, 경험에 대한 해석의 시간이 필요하신 분, 기억 창고를 재정비하고 싶은 분에게 '남이섬' 추천합니다. 시간이 멈춘 곳, 시간과 공간이 새롭게 만나는 곳, 남이섬으로.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