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까지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맞이한 일요일, '코에 바람을 넣어주고 싶다'라는 바람이 걸음을 앞산 전망대로 이끌었다. 늦게 준비한 이유도 있겠지만, 잠시 앞산 정상을 생각했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 같아 보였다. 그래서 깔끔하게 앞산 전망대로 방향을 수정했다. 앞산 전망대 가깝다고 여기는 까닭일까, 익숙할 거라는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금 토끼를 만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두 손이 모아진다. 달나라에 있는 토끼도 아닌데도 저절로 고개를 숙이고 소원을 빌게 된다. 오래된 습관처럼 거의 자동적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서도, 조금만 하늘이 가까워져도 금세 마음이 겸손해진다. 영적인 기운까지는 몰라도, 우주적 시선까지는 어려워도 무언가 내 안으로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오는 기분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바람의 일을 알아차리게 되고, 구름의 흔적을 쫓아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어디에 서 있는지, 어느 땅을 밟고 있는지 자문하면서 말이다. 그럴 때면 나를 둘러싸고 있던 또 하나의 얕은 막이 벗겨지는 것 같다.
11월, 앞산 전망대는 이미 2023년에 닿아있었다. 2022년을 보내면서 2023년을 준비하라는 메시지인지, 2023년 맞이하며 2022년을 잘 마무리하라는 뜻인지 모르겠지만, 앞산의 시계는 조금 당겨져있었다. 아직 한 달하고 열흘 정도 남은 2022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올해 계획했던 것을 잘 마무리했는지, 아직 마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어떻게 잘 마무리할 것인지 살펴보게 된다. 특히 올해는 매년 1월에 시작했던 일 중에서 10월에 시도한 것이 있다 보니 가끔은 나도 모르게 2023년의 어느 여름날에 닿아있다.
대단한 업적을 쌓기 위해서라기 보다, 누군가에게 어떤 것을 증명해 내기 위해서라기보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들이다. 나름대로 고심 끝에 결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해당하는 일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말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누군가에게서 나와 비슷한 표정을 발견하게 되니 그게 좋을 뿐이다. 정해진 것도 없고, 딱히 보장된 것도 없지만 주인의식이라는 기준에 부합하니 이 정도면 꿈속에서 금 토끼가 친구하자고 말을 걸어오지 않을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금 토끼 앞에는 키오스크가 있었다. 맨 위에는 '방명록 남기기'가 있었는데, 거기에 인증 사진을 찍으면 방명록에 올라가고, 개인적으로 메일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앞서 두 번은 거리 조정을 실패한 까닭에 얼굴이 잘려 나왔다. 그래서 세 번째 시도를 했는데 다행히 성공적인 작품이 나왔다. 메일 전송을 했더니 사진이 도착했다. 화질이 좋아서인지 밝은 얼굴이 큼지막하게 잘 나왔다.
일요일 첫 번째 코스로 잡은 앞산 전망대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길이었는데 마치 숨은 보물 찾기를 하는 것처럼 즐거웠다. 금 토끼를 만나고 싶은 사람, 2023년을 미리 맞이해보고 싶은 사람, 대구를 한눈에 바라보면서 코에 바람을 넣고 싶은 사람, 등산보다 산책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해 주고 싶다. 가을가을한 날씨에 연말 분위기 내기가 제법 괜찮았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