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들이 / 청계천을 걷다

by 윤슬작가

코로나 이후 첫 서울 여행이었다. 아무래도 여행이라는 표현이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계속 믿어볼 생각이다. 실은 종각역 근처 스튜디오에서 강연 녹화가 있었다. 4월부터 나온 얘기였고, 어제가 그날이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종각역이 목적지가 되면서 서울을 출발하기 전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종각역 근처에 있는 청계천을 조금 둘러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평소 서울에 올라오면 일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바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일부러 어딘가를 둘러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올라오는 이번 서울행도 비슷했다. 하지만 근처에 청계천을 비롯하여 보신각도 있고, 조계사, 인사동 쌈지길이 있어 오며 가며 잠깐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촬영이 길어지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일만 마치고 내려오면 되고, 시간이 허락되면 몸을 움직여볼 계획이었다.


다행히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촬영이 끝났다. 덕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청계천을 찾았다. 왜 그렇게 가 보고 싶었는지 그럴싸한 이유가 떠오르지는 않지만 한 번은 가보고 싶었던 장소 중의 하나였다. 가 보고 싶은 곳에 가보았다는 경험을 가지고 싶었고, 그 경험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고 말하면 이유가 될지 모르겠다. 새로운 시도를 용기 내어 시작한 나에게 준 선물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고,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한 것에 대한 응원과 격려의 의미였을 수도 있겠다.


청계천, 낯설고 이국적인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희한하게 조화로운 느낌이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떤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기분을 갖게 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물과 함께 흐르면서 서울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적어도 청계천에서 본 서울은 답답한 도시, 꽉 막힌 도시가 아니었다. 현대적인 미를 추구하면서도 고립되지 않고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청계천, 무엇보다 걷기가 좋은 곳이었다. 도심을 걷는 것이 아니라 관광지를 걷는 기분을 갖게 했다. 거기에 높은 빌딩이 배경처럼 받쳐주고 있는데, 그것이 이국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데 제대로 한몫한 것 같다. 청계천에서 흐르는 물은 중랑천과 만난 후, 한강으로 빠져나간다고 들었다. 이곳을 거쳐 한강까지 흘러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정말 '네게도 계획이 있구나!"였다. 청계천, 다음에 서울을 가게 되더라도 다시 찾아가 둘러보고 싶다. 이번에는 걷기에 집중을 했다면 그때는 '쉼'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계단에 앉아 잠시 멍 때리기도 하고, 도덕경의 한 구절을 읽는 것 같은 물소리에 마음을 빼앗겨보고 싶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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