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 기억을 이긴다

by 윤슬작가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는 것과 같다.

- 아우구스티누스




지난주에는 미루었던 포토북 제작을 완성했다.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 포토북을 만들어왔다. 어쩌다가 나중에 만들어야지 하고 미뤘던 게 있어 몇 개 있어 마음이 쓰였는데, 이번에 마무리를 지었다. 시간이 흐르면 많은 부분이 희미해지는 게 아쉬워 여행을 다녀오거나 가족행사가 있으면 그것을 기념할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포토북이 제격이었다. 거기에 몇 권의 포토북을 만드는 것도 습관이 되었는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계속 미루고 있다는 사실에 영 마음이 불편했다.


사실 그리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다. 물론 '많이'라는 게 워낙 개인적인 단어라서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 같다. 하지만 내 느낌은 그렇다. 어쩌면 '많이'라는 뉘앙스에는 '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과감하게 실행으로 옮기지 못한 것들에 대한 기억이 큰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여러 아쉬움이 한데 어우러져 포토북 만들기로 이어진 것 같다. 가능해서 떠난 여행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왔고, 그곳에서의 특별한 느낌이나 경험, 몸의 감각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원래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현상해서 앨범에 정리하기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사진도 찍어 앨범에 보관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거기에 핸드폰이 바뀌는 과정에서 출력 해놓거나 따로 보관해놓지 않으면 사라지는 게 상당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에 '포토북 만들기'를 만난 것이다. 포토북으로 만들어놓으면 나중에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흩어지고, 소중한 순간들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실마리를 찾아 얘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과정적으로 소소한 추억이 마음에 가득해져 아이들이 '마음 부자'가 되는데 보탬이 될 것 같았다. "좋은 추억이 많은 사람이 진짜 부자이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몇 권의 포토북을 만드는 동안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 사진을 시간순으로 정리하여 흐름을 유지하고, 중간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짧은 메모를 남겼다.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더 잘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다. 또한 평소 자주 해주는 말이나 들려주고 싶은 말은 귀여운 이모티콘이나 캐릭터를 활용해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그렇게 포토북을 한 권 만들면, 신기하게도 마치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것처럼 창조적인 일을 한 기분이 들었다. 비록 이번에는 예전처럼 다양한 메모나 글을 남기지 못한 채, 사진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서 아쉬운 감도 있지만, 그래도 사라지려는 것을 곁에 붙잡아 둔 것 같아 풍성하고 행복한 기분이다. 여름휴가로 인해 며칠 걸린다고 했는데 언제쯤 주문한 포토북이 도착하려나,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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