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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공식 작전 후기, 리뷰 - 너무 피곤했겠지만

by 윤슬작가

복잡한 일을 마무리한 후, 뭔가 나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검색했다. 뭔가 가슴이 뻥하고 뚫리는 통쾌함 같은 것을 맛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때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밀수>가 보였고, 연이어 <비공식 작전>이 보였다. 어쩌면 이 영화라면, 바닷속으로 풍덩하는 시원함은 어렵겠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어딘가 훌쩍 여행을 다녀온 느낌을 줄 것 같았다. 정신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액션과 낯선 외국 풍경이 기대감을 높여주였다. 그렇게 해서 늦은 오후 2시 20분, <비공식 작전>을 만났다.


두 남자

하나의 돈 가방.


영화 예고편을 통해 여러 번 등장한 것처럼 <비공식 작전>을 축약하면 진짜 '두 남자', '하나의 돈 가방'이다. 여기에 살을 조금 더 붙여 정리한다면 이 정도가 될 것 같다.


"외교관인 한 남자와 사기꾼인 한 남자가 힘을 합쳐 하나의 돈 가방을 전달하는 스토리"


<비공식 작전>은 우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1987년 우리나라의 외교관이 레바논에서 실종된 적이 있는데, 그 사건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다. 하지만 '두 남자'에서 소개된 것처럼 외교관과 사기꾼이 외교관을 구해내지는 않았을 것 같고, 레바논 내의 두 무장단체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확한 부분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어디까지가 사실이며, 어디부터 상상인지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건 사실일까, 이건 상상일까 궁금해하다가 나중에는 영화에 빠져들어 그런 의문조차 잊어버렸다.


서울대를 졸업한 후배가 런던 근무를 떠나게 되어 질투가 난, 외교부 중동과에 근무하는 서기관 민준(하정우)은 어느 날 늦은 시각까지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가 불을 끄고 방을 나선다. 그때 외교관만이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외교관만이 아는, 모오스 부호로 된 전화 한 통.

<비공식 작전>은 이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된다.

"나는 대한민국 외교관 오재석입니____"


무장단체에 납치되어 죽은 줄로 알고 있던 오재석 외교관이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그리고 그 전화를, 미국 발령을 희망하는, 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한 민준이 받은 것이다.


오재석 외교관이 살아있는 완벽한 증거가 있어야, 협상에 필요한 돈을 내놓겠다는 정부.

그런 정부를 대상으로 살아있다는 증거를 찾아와야만 하는 외교부.

정부와 외교부 앞에 민준이 오재석 외교관이 살아있다는 증거사진을 가져온다.


살아있는 것은 확인되었고, 이제 남은 것은 구출하는 것.


정부는 외교적으로 대놓고 구출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

확보한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오재석 외교관을 구하러 떠나는 외교관 민준.

무사히 레바논 공항에 도착해, 공항 수색대에서 어렵게 빠져나와 돈 가방을 가지고 인질을 구하기 위해 협상길에 오르려 한다. 하지만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챈 공항 수색대가 뒤따라오고 민준의 계획은 어긋나게 된다. 총성이 울리고, 다급하게 올라탄 것이 판수(주지훈)의 택시.


"한국 사람?"

"한국 사람?"

"GO!"

"GO?"

"GO!"


민준과 판수, 완벽하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났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되겠네. 내가 3살 많으니까"

"네..."

그렇게 민준은 판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민준에게 판수가 이야기한다.

"여기서는 누굴 믿고, 안 믿고가 없어. 누구도 믿으면 안 돼"

과연 이곳에서 민준은 오재석 외교관을 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민준과 판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동안, '국가'와 '사람'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외교관은 국가를 위해 일하고, 국가는 국민을 위해 일한다.

외교관도 엄연한 국민이므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치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더 자유롭지 못했다. 정치 문제에 얽혀 외교관을 구하는 일에 대해 국가는 내적, 외적 상황을 고려해야 했고, 누구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지, 손실이 되는지를 먼저 따지고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다는 느낌이었다.


반면 영화 후반부, 판수를 위한 민준의 선택을 다른 감동을 안겨주었다.


극적 요소라고 하겠지만, 단 두 명만이 탈 수 있는 UN 비행기. 민준은 역시 상황을 고려했고, 앞으로 벌어질 것에 대한 일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어떤 것이 이득이고, 어느 것이 손실인지 모든 것이 눈에 보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민준은 선택한다. '국가'가 아니라 '사람'을 구하기로 말이다. 만약 감성 가득한 사람이라면, 혹은 영화를 보면서 잘 우는 사람이라면 슬쩍슬쩍 눈물을 닦아낼지도 모르겠다.


영화 <비공식 작전>에서 돈 가방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민준의 대사가 기억난다.


"너무 피곤하다. 진짜"


진짜 피곤했을 것 같다. 하지만 대사가 나왔을 때,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잠깐 웃음이 났지만, 혼자 너무 아름다운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힘들다. 그만두고 싶어", "뭐 한다고 이 고생을 사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끝내 그렇게 말하지 않은 것이 고마웠다.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메시지로 들렸고, 그 마음을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비공식 작전>에서 일부 액션신이나 택시를 쫓고, 도망가는 모습이 어느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인데라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만큼 빠져들어 몰입해서 보았다. 거기에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상영 내내 깜짝깜짝 놀라면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덕분에 두 배 더 짜릿하고, 두 배 더 긴장했었다. 물론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그러니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 복잡한 일을 끝낸 후의 통쾌함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비공식 작전>에 참가해 보기를 추천한다. 공식적으로 두 배, 비공식적으로 두 배 이상 마음이 개운해질 것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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