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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안녕을 돌보는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by 윤슬작가

“사람이 자연과 함께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간의 뇌에서는 자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반응할까?”


프랑스 국립 보건 의학 연구소장이자 20년 경력의 신경과학자인 미셀 르 방 키앵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자연과의 접촉은 물론, 외부와의 자극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우리는 그동안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의 위대함, 자연의 부재로 인한 아쉬움을 함께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동안 자연이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근원이었음을 뇌과학적으로 알려준다.


“이 책에는 자연의 안겨 숨 쉬어야 할 과학적 근거가 참고 넘친다”라는 최재천 교수님의 추천글처럼 책을 읽는 동안 과학 입문서, 교양서를 읽는 느낌이 강했다.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설명하는 용어나 연구 자료를 인간의 신체에서부터 심리까지 광범위하게 펼쳐놓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 숲으로 가야겠구나”

“바다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의 근원이 이거였구나”

“남이섬에서의 침묵이 좋았던 이유가 있었구나”

“아이들과 주말마다 캠핑을 떠나고 싶었던 게 몸이 원하던 거였구나”



나는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특히 바다를 좋아하고, 산속에 머무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원했던 것이고, 마음이 원했던, 본능에 가까운 행위였다는 것을.


그런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더운 분명해졌다. 인지적으로,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숲을 찾아야 할 이유가 늘어났고, 숲속을 걸으면서 나무가 내어주는 피톤치드를 양껏 들이마셔야 이유가 생겨났다. 거기에 치유 정원은 아니지만, 남편이 거실에서 열심히 나무를 돌보고,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해 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도 깊어졌다.



책의 마지막 단락에 가면 소로의 글이 나온다.

“자연은 매 순간 당신의 안녕을 돌본다. 그러니 자연에 저항하지 말자”



애초부터 자연에 저항할 생각 같은 것은 없었다. 나이를 먹는 동안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었고, 자연이 일상적 행복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더욱 실감할 뿐이다. 그동안 자연의 미세한 흔적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행복했는데, 지금부터는 더 많이, 더 자주 온몸을 던져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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