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고 금방 달라지는 것도 없던데...”
옳은 말입니다. 책을 읽는다고 금방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나를 속상하게 만든 사람이 달려와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는 일도 생겨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을 살펴보면 단 10분, 아니 5분이지만 책을 읽은 덕분에 문제를 더 이상 과대평가하지 않을 수 있었고, 감정적으로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아주 잠깐이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낯선 곳으로 이동한 기분과 함께 머릿속에 공간이 생겨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과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펼쳐놓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과관계를 살피면서 아주 조금이지만 뇌가 똑똑해지는 기분을 얻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저자의 언어가 나의 언어가 될 수 없음에도, 머릿속 어휘력 창고가 그득하게 채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0분만 읽어야지 했는데, 어떤 날에는 30분, 어느 순간에 보면 1시간을 훌쩍 넘긴 날도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 과정에서 또 하나의 수확이 있었는데, 바로 ‘궁둥이 힘’입니다. 잊고 싶어서, 피하고 싶어서, 좋아서 책을 읽었을 뿐인데 ‘궁둥이 힘’까지 생겼으니,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려봅니다. 10분이라도 좋으니, 책 읽는 시간을 가지기를. 저자가 펼쳐놓은 세계에 함께 걸으며 어떤 순간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호기심과 궁금함을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작품을 즐겨 읽는 분들은 그런 말을 합니다. 주인공의 아픔, 슬픔이 속상한데, 꼭 그만큼의 크기로 위로를 받는다고 말입니다. 숨기고 싶은 감정이 들켰을 때에는 부끄러움이 한가득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각과 감정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말입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다른 장르보다 특히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건강’을 되찾은 것 같습니다. ‘정신 건강’ 말입니다. 왔다 갔다 하는 감정이나 맥락 없는 이야기, 후회, 자책이 뒤섞인 모습에 실망하기보다 그것을 보다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으니 말입니다. 거기에 글쓰기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표현 방식, 전개, 어휘까지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이래저래 얻은 게 제법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 목에 힘을 주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금방 달라지는 게 없더라도 10분, 아니 5분만 책을 읽어보라고 말입니다. 그러면 인생까지는 아니어도, 일상에 꽃이 피어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을 거예요.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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