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by 윤슬작가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네. 그것도 맞아요”


그날은 나다움을 지켜나갈 방법을 공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다움’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분위기 속에서 여기저기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때 나온 것이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참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작년에 도서전에 참가했을 때, 똑같은 얘기를 독자님에게 들었거든요.


「best를 버리니 only가 보였다」를 홍보하고 있었는데, 그때 독자 이벤트로 질문지에 이렇게 적어놨습니다. “best를 버리니 only의 길을 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고. 여러 개의 포스트잇이 붙었는데요. 여러 답변이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다룰 수 있는 조절 능력을 키워야 해요. 가까운 사람의 인스타그램은 안 보는 게 나아요, 인스타그램의 긍정적인 영향,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맨 마지막에 붙은 것이 바로 저 문장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참 공감이 갑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괜히 저를 한번 더 둘러보게 되고, 제 모습을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부러운 만큼, 꼭 그만큼의 크기로 자신감이 줄어들었습니다. 머릿속으로 ‘실제와 현실은 달라’,‘인스타그램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닐 거야’라고 반복적으로 되뇌지만, 그 순간 제 마음의 온도는 1도, 아니 3도쯤 떨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면 멀리하면 되는데, 또 그렇지 않습니다. 출판사 일이라는 게 트렌드나 시대적 흐름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하니, 내적 갈등이 심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인스타그램에서 무엇을 다뤄야 할까. 나는 어디까지 가야 할까, 고민이 깊었던 만큼, 정리하는 데 시간이 제법 오래 걸렸습니다.


완벽하게 멋진 답을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준 같은 것은 생겼습니다. 우선 인스타그램처럼 소셜미디어의 역할에 부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2024년 현재, 인스타그램이 소통하고 연결하는 장소라는 것을 명백한 사실이니까요. 다만 포장될 수 있고,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했습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인스타그램을 이어 나가기로 한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어쩌면 이게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보여주고 싶은 게 무엇일까, 본질적인 접근을 해보았더니 ‘정체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그랬습니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고유한 특성을 보인 채, 독립성을 발휘하고,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정체성을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 그러면서 함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담다 출판사의 정체성을 보여주면 되고, 기록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윤슬 작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면 충분하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서로 인정할 때 진짜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도 인스타그램 앞에서 고민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 사업을 위해 어떻게든 이어 나가야 하는 것인지, 나아가 자기만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에게 저의 고민과 흔적이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힘을 키우고 단단한 기준을 마련하는 일에 말이지요.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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