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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Feb 13. 2024

엄마에게 선생님처럼 잘 가르쳐줘서 고마워

명절, 친정엄마에게 건네받은 봉투가 저에게는 단순한 세뱃돈이 아닌 따뜻한 마음과 깊은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친정엄마는 매년 세뱃돈을 건넬 때마다 각자의 이름 옆에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몇 글자를 덧붙입니다.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손주들까지. 그 작은 행동 하나에서 친정엄마에게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그렇게 전통 아닌 전통이 되어왔는데, 올해 엄마가 건네준 봉투에는 예상하지 못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엄마에게 선생님처럼 잘 가르쳐줘서 고마워.”     


글을 읽었을 때 첫 번째 반응은 낯선 표현에 대한 당혹스러움이었습니다. 엄마가 저에게 그런 마음을 갖고 있을 거로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며느리로 살아보니, 딸로 살아보니 딸로서 자주 잔소리해 왔던 기억이 떠올라 많이 미안했습니다.      


‘아, 내가 그동안 잔소리가 심했구나’     


짧은 반성과 함께 물끄러미 봉투를 바라보는데, 여러 감정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왔습니다. 평소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큰 엄마에게 조금만 낮추어 말하라고 얘기한 게 가장 많이 미안했습니다. 비슷한 말을 여러 번 하게 되는 것 같아 스스로 잔소리가 심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했었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 그 모든 순간, 그 모든 장면의 나의 사소한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를 깊은 애정으로 바라봐주었다는 것이 그저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그런 것 같습니다. 엄마의 마음은 항상 우리를 향해 열려 있고, 우리가 던진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하는 존재 같습니다. 엄마의 편지가 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잔소리가 아니라 소통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일깨워 줍니다. 저를 성장으로, 배움으로, 사랑으로 나아가게 하는, 엄마는 역시 ‘엄마’입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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