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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Mar 05. 2024

〈골목서재〉를 다녀왔습니다

올해에 들어서면서 출판사의 대표로서 저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출판사의 정체성을 알리고, 담다의 책이 독자들과 만날 방법을 연구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 마음으로 숨겨진 책방, 또는 많은 분이 찾고 있는 책방을 찾아가기로 했는데, 그 첫걸음이었습니다. 〈골목서재〉를 다녀온 것이.      


〈골목서재〉의 첫인상은 마치 오래된 친구의 집을 찾은 포근함이었습니다. 길게 뻗어있는 골목길을 지나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나무문이 나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 창가에 작은 화분이 놓여있고, 햇살이 그림자처럼 화분을 껴안고 있었습니다. 그 아래에 붙박이로 된 작은 책장이 있었고, 책이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면 나무 의자 위에 화분, 그 옆의 토란처럼 보이는 초록이 저를 반겨주었는데, 그들의 조화로운 모습에서 순간적으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온 기분을 갖게 했습니다.   


 

〈골목서재〉는 마치 서재를 빌린 것 같은, 혹은 그 공간에 홀로 있는 듯한 특별한 기분을 안겨주었습니다. 대표님이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어느 하나도 허투루 다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이곳에 담다의 책이 비치되어, 누군가에게 쉼터가 되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희망을 선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뛰었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느냐는 질문과 함께 대표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귀엽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는 대표님의 얼굴에서 천진난만함이 느껴졌고, 그 모습이 저에게 굉장히 편안한 기분을 갖게 했습니다. 두어 시간 동안 책과 글, 그리고 일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로의 표정에서 자기의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공간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공간이 곧 사람이구나!’     


〈골목서재〉는 이야기와 감성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습니다. 책 한 권 한 권이 단순히 글자의 조합이 아니라 호흡이 살아있는 존재, 이야기와 영혼을 담고 있는 것처럼, 〈골목서재〉도 그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골목서재〉가 담다 출판사 책과 독자들의 마음이 오가는 따듯한 다리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색함 가득한 첫걸음이었지만, 출발할 때는 ‘혼자’였지만, 돌아올 때는 첫걸음이 아니라 두 번째 걸음 같았고, ‘함께’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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