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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May 09. 2024

날갯짓을 포기하지 않으려고요

 “내가 7학번인데…. 거기선 그런 거 다 필요 없어요”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 CEO가 있습니다. 친정엄마와 비슷한 나이의 그분은 얼마 전 우연이 볼링 모임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볼링장을 찾았는데, 모양이 나오지 않아 어색함 그 자체였는데, 원래 첫날은 무얼 해도 되는지, 어찌어찌하다가 스트라이크를 한번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주위에서 칭찬이 쏟아졌는데, 분위기에 취해 처음 참여한 모임인지, 계속 나오던 모임인지 모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리에 앉아있던 우리를 향해 이야기했습니다.     


“한번 해보세요. CEO인데, 일단 한 번은 해봐야죠!”     


너무 정확하고, 분명한 얘기만 이어나가면 재미없을 텐데, 그분은 유머까지 겸비한 분이었습니다. 멋진 남자분들이 얼마나 잘 가르쳐주는지 모른다고, 너무 예쁜 선생님은 오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다들 볼링은 안 치고 선생님만 바라볼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셨습니다. 함께 있던 사람들의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얼굴에 주름을 10개쯤은 만드는 일에 기여하면서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제 뇌리를 스쳐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친정엄마입니다. 친정엄마는 세 아이를 키우는 일에 매달리고, 남편이 작게 사업을 시작하자 거기에 남은 시간을 모조리 갖다 부었습니다. 그러니까 제 기억에도 그렇고, 지금의 상황을 보아서도 그렇고, 딸, 엄마, 아내로 살아온 시간이 70년입니다.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관심이 가는 일을 해보고, 용기 내 시도할 수 없는 시절을 시대가 요구했고, 엄마는 그 모습을 갖추는 데에만 열심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에너지와 열정이 많은 분이라서 무엇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새로운 것을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얘기해도 매번 똑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이제 와서 뭘 배워?”

“지금 배워서 뭐 하게??”     


10년 전에도 친정엄마는 비슷한 말을 했고, 지금까지 말투와 단어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쉽고, 많이 안타깝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은데….’라는 말이 엄마에게는 쓸모없어 보이거든요. ‘지금도 늦지 않은데….’라는 말을 누구보다 자주 쓰는 저로서는 상관없다는 듯 지켜보는 마음이 더러 힘들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변화, 시도를 이끌어보려고 했지만, 당사자의 의지가 발휘되지 않는 한, 진척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해보지 못한 과거는 당대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재, 미레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나이, 하지만 완전히 다르게 살아가는 두 분의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마음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70세가 되어도 유머와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 한번 해보자고 얘기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시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날개를 접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했습니다. 적어도 그런 선택,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구나, 여러번 속삭였습니다.     


from 윤슬작가     


#윤슬작가 #글쓰기 #에세이  #기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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