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작가 Jul 08. 2024

출판사 대표도 좋지만

출판사를 운영한 지 7년 차에 접어듭니다. 그동안 여러 사람과 함께 책을 만들었는데요. 올해도 연말까지 마무리할 책이 몇 권 있어 그 작업이 한창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출판사 경력이 길지 않지만, 지금까지 저와 함께한 작가님들은 각자 고유한 컬러와 개성을 지닌 분들이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저는 단순히 책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을 소개한다는 느낌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며칠 전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고, 그 여운이 제법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출판사 하면 책을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열심히 알리고 홍보하는 일을 떠올립니다. 맞는 말입니다. 저 역시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적어도 알고 있는 방법 중에서 놓치는 것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책을 만들고 홍보하는 일에 매진합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제가 새롭게 깨달은 것은, 제가 진정으로 관심 있어 하는 것은 책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인재를 만드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책을 만드는 일은 단순히 종이를 엮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세상에 내보이는 작업입니다. 제가 할 일은 그들의 고유함을 지켜주고, 더 빛나게 만드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지점을 새로운 시작점으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책을 쓰겠다는 사람을 만나면 습관처럼 몇 가지 질문을 합니다. 왜 책을 쓰려고 하는지, 책을 써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작가가 되고 싶은지, 작가로 살아가고 싶은지, 책을 낸 이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그러니까 저는 책 이야기를 핑계로 삶에 관해 이야기 나누기를 즐깁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상상합니다.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게 될까, 어떤 세계를 보여줄까, 라고.     


가끔 주위에서 100명의 작가를 배출하면 성공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작가를 100명 배출하고 싶다기보다 100명의 인재를 소개하고 싶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소개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나는 출판사 대표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인재를 키우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것인지.  

   

주변에서도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방향성을 제안해주시지만 당분간 지금의 마음가짐과 행보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말이지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길을 뒤따라온 것도 아니고, 앞장서서 가르쳐주는 길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관심이 조금 더 가는 길을 향해 불빛을 비춰보고, 그 길에서 밝은 기운이 느껴지면 그냥 걸음을 내디뎠거든요. 경험주의자이기를 자처하는 버릇에 또다시 시동이 켜진 것 같습니다.     


from 윤슬작가

#윤슬작가 #기록디자이너 #출판사생활 #선한영향력               

매거진의 이전글 네가 오죽하면 그런 표정을 짓고 있겠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