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작가 Jun 20. 2024

네가 오죽하면 그런 표정을 짓고 있겠어?

관계를 잘 맺고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상태를 의미할까요? 며칠 전 ‘편안함’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일하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저는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 같은 게 있습니다. ‘긴장하게 만들지 않는 사람’이라는 표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노력 중이고, 그런 사람과의 만남을 선호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저를 잘 알고 있으며, 어떤 행동이나 말에 대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믿어준다는 마음이 밑바닥에 깔려있기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고, 앞뒤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날 제가 느꼈던 기분이 그랬습니다. 친분이 깊지 않다면, 저를 잘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이었다면 하루 종일 미안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하고 속상해하고 불편해했을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서로 일이 바빠 정말 오랜만에 만난 날이었는데, 외부에서 진행하고 있던 일이 착오가 생겼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당장 어떻게 할 수도 없는데 마음이 급해지고,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당황한 제 모습을 본 친구는 무슨 일인지 물어왔고, 처음에는 나중에 해결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표정을 완벽하게 숨기지는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러지 말고, 가서 일 봐. 급한 거 같은데!”

“어?”

“괜찮으니까, 우리는 또 날 잡으면 되잖아!”

“음…. 그래도 될까?”

“당연히 그래도 되지. 네가 오죽하면 그런 표정을 짓고 있겠어? 가봐!”

“…. 미안…. 그리고 고마워”     


‘당연히’라는 말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오죽하면’이라는 말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것에 대해 알고 있던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친구의 태도를 보며 왜 제가 이 친구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베이스에 편안함을 깔고 있는 친구.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을 지닌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좋은 관계에 대한 정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 가득합니다. 수많은 조언 속에서 저는 ‘편안함’을 으뜸으로 두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내 편에 서 있어 줄 것 같은,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는, 지나치게 앞뒤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편안함. 오늘 제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런 편안함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from 윤슬작가     


#윤슬에세이 #기록디자이너 #좋은관계 #인간관계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은 노력을 체계화하는 시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