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더 체어' 등
****올해의 한국 TV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마음에 드는 한국식 정치 블랙코미디의 탄생을 꽤나 기다려왔는데, 이 작품을 보며 오래 기다린 보람이 들었다.
정권 말기 1년짜리 악세사리용 여자 장관이 주인공이고 (이미 넘나 한국적이고(ㅋㅋ)) 면피에 급급한 공무원들과, 에이스로 칭송받다 제풀에 꺾여 미끄러지는 미생 아재들, 극우 종교 지도자의 처참한 젠더의식까지 .....
꼼꼼한 취재로 완성한 디테일로 놀라운 사실감을 부여하는데, 속도감도 놓치지 않았다. 여러모로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시즌2 원합니다..)
****올해의 해외 TV시리즈 <더 체어>
지구력이 부족해서 한번에 몰아보는 시리즈는 생각보다 없는 편인데.. '더 체어' 만큼은 한번에 후루룩 시청했다. 25분 안팎의 짧은 에피소드가 장점인데, 시트콤처럼 즐겁게 웃으며 봤다.
길이는 짧은데 메시지와 여운은 결코 짧지 않다. 이미 수년째 누적된 인문학의 위기는 물론, 고전에 무게를 두는 백인 구세대 노교수들과 SNS를 활용한 재밌는 강의를 추구하는 젊은 다인종 교수진의 대립, 뿐만 아니라 교수 그룹 내에서도 젠더 갈등과 인종차별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대 미국사회의 모순을 터치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vqGFObMMOYM
****올해의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
캐스팅 자체가 성공의 열쇠를 쥔 프로였다고 생각한다. 머릿 속으로 기획하는 것은 쉬워도, 실제 참여할 이혼 부부가 있는지, 있다해도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지 여부가 중요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선 실제 부부를 섭외하고, 카메라에 담아낸 부분에 대한 기여는 분명 인정할만 하다.
한 마디로 이 프로는 이혼 부부의 에필로그를 다뤘다. 미혼인 내게는 관계와 제도에 끼인 커플과 가족을 돌아보게 했다. 이혼은 어쩌면 관계의 끝이 아니라 또다른 변곡점이었다. 부부 사이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상대 배우자의 가족과 맺었던 관계는 쉬이 끊어지지 않는다.
전 배우자와 관련된 기억은 상처임과 동시에, 따뜻한 위로기도 했음을 깨닫기도 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 인간관계는 말그대로 입체적인 영역임을....다시 생각하게 됐다.
또 혼전임신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함의를 갖는지도 느꼈다. 두 커플이 혼전임신으로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급하게 결혼했는데, 이 '준비 안된' 상태가 커플에게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오고, 시댁 혹은 처가와의 관계에 어떤 핸디캡으로 작용하는지.... 등등에 대한 주제도 던져주었다.
******올해의 한국영화 <자산어보>
세련되고 은은한 묵향이 영화 내내 감돈다. 유배된 관리와 섬 청년의 우정으로 시작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우정을 넘어선 다양한 은유를 배치했다.
세대갈등부터 시작해 서학과 한학, 보수와 진보, 제도권과 비제도권 등과 같은 고전적 담론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묵향이 코 끝에서 날아가면서 생각할 거리를 툭툭 던져준다.
*****올해의 해외영화 <프리가이>
내겐 재미로 보나, 의미로 보나 최고작이었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와 같은 트렌디한 주제로 시작해 Non-Playing Character를 주제로 조명받지 못한 이들을 무대로 내세워 연대하는 스토리까지...
다소 '착하고 도덕적인' 주제일 수 있지만, 워낙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빼곡해서 지루함을 느낄새가 없었다.
심지어 감동도 받았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 대한 마음을 캐릭터 구축으로 표현한 부분은 정말 엔지니어스런 귀여운 고백으로 기억남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