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이 아니라 공명이 남는다
* 대화를 바꾸는 사유
<반응이 아니라 공명이 남는다>
[대화의 착각 — 우리는 반응을 대화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보통
대화를 반응의 교환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말하면
다른 누군가가 대답한다.
의견이 오가고
찬성과 반대가 오간다.
그러나
그런 대화는 대부분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말은 지나가고
감정은 식고
대화는 사라진다.
사유가 없는 대화는
언제나 소음처럼 흩어진다.
[사유의 개입 — 멈춤이 대화를 바꾼다]
사유가 개입하는 순간
대화의 성질은 바뀐다.
사람은 더 이상
단순히 반응하지 않는다.
그는
잠시 멈춘다.
그리고
상대의 말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움직인다.
이때 대화는
속도를 잃는다.
[공명의 순간 — 생각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속도를 잃은 자리에서
하나가 생긴다.
공명이다.
공명은
누가 이겼는지를 남기지 않는다.
누가 더 많이 말했는지도
남기지 않는다.
남는 것은 단 하나다.
생각의 진동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생각을 움직이는 것
그게 공명이다.
[대화의 흔적 — 승패가 아니라 진동이 남는다]
사유가 들어간 대화는
결과를 자랑하지 않는다.
그 대신
흔적을 남긴다.
말이 끝난 뒤에도
생각이 계속 움직이는 것.
그것이
대화의 가장 깊은 흔적이다.
[사유의 역할 — 대화를 깊게 만드는 힘]
그래서 사유는
대화를 길게 만들지 않는다.
대신
대화를 깊게 만든다.
많은 말이 오가도
공명이 없는 대화는
금방 잊힌다.
그러나
단 한 문장이라도
사유가 들어간 말은
오래 남는다.
[대화의 목적 — 반응이 아니라 공명]
대화의 목적은
반응을 얻는 것이 아니다.
진짜 목적은
공명을 남기는 것이다.
반응은 순간의 것이다.
그러나
공명은 시간을 통과한다.
그래서
사유는 대화를 바꾼다.
말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 이후에
남는 울림을 남기는 것
공명.
[사유의 수정체]
수정체는 빛을 만들어내는 기관이 아니다.
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빛이 존재한다.
수정체의 역할은
그 흩어진 빛을 하나의 초점으로 모으는 일이다.
그러나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빛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흐려진다.
세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형상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의학적 백내장 수술은
빛을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혼탁해진 것을 걷어내고
빛이 다시 또렷하게 통과하게 한다.
사유가 흐려지는 이유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사유는 쌓아 나가는 일이 아니라
혼탁한 것들을 걷어내는 일이다.
그래서 사유는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존재하는 세상을
다시 밝게 보게 하는 능력이다.
* Johnny Nash
<I can see clearl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