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소비하지 않고 사색을 통과하눈 방식
* 독서를 되돌리는 사유
<정보를 소비하지 않고 사색을 통과하는 방식>
[독서의 오해]
우리는 오랫동안
독서를 지식을 얻는 행위로 배워 왔다.
무엇을 읽었는가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
얼마나 빨리 이해했는가.
그러나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이 기준은 독서를 점점 더 가볍게 만든다.
독서는 더 이상
결핍을 채우는 일이 아니다.
넘쳐나는 것 속에서
무엇을 통과시킬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정보 소비의 독서]
오늘날 많은 독서는
사실상 정보 소비에 가깝다.
사람들은 책을 읽기보다
책에서 사용할 문장을 찾는다.
생각을 통과하기보다
요약 가능한 핵심을 추출한다.
그 순간 독서는
사유가 아니라 수집이 된다.
머릿속은 채워지지만
사람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사색의 시간]
사색은 이해보다 느리다.
이해는 문장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사색은 그 문장이
자기 안에서 다시 살아나는 과정이다.
한 문장이
기억과 부딪히고
경험과 스치고
내면의 질문을 건드릴 때
그때 비로소
독서는 지식이 아니라 사건이 된다.
[멈추는 독서]
좋은 독서는
대개 약간 불편하다.
쉽게 정리되지 않고
곧장 동의되지 않으며
읽은 뒤에도 끝나지 않는다.
문장이 독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붙잡아 세울 때
독서는
비로소 사색으로 넘어간다.
독서는 읽는 기술보다
머무는 기술에 가깝다.
[독서를 되돌린다는 것]
독서를 되돌린다는 것은
책장을 거꾸로 넘기는 것이 아니다.
독서를
소비의 행위에서
사색의 자리로 되돌리는 일이다.
많이 읽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깊게 통과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독서는 축적이 아니라
통과의 과정이다.
문장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통과한 내가 달라지는 것.
[정보와 사색]
정보는 소비될수록 가벼워진다.
사색은 통과할수록 무거워진다.
정보는
다음 정보로 이동하게 만들고
사색은
하나의 문장 앞에 오래 머물게 만든다.
[독서의 기준]
독서의 문제는
무엇을 읽느냐보다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있다.
많이 읽는 사람보다
한 문장을 오래 붙잡는 사람이
더 멀리 간다.
독서는 머리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판단의 깊이를 만드는 일이다.
[사유의 독서]
결국 독서는
지식을 늘리는 일이 아니다.
무엇을 믿을지
무엇을 거부할지
무엇을 남길지를 결정하는
기준을 만드는 과정이다.
정보를 소비하는 독서는
금방 잊히지만
사색을 통과한 독서는
사람 안에 오래 남는다.
[독서의 나라, 조선]
조선은 책을 취미로 읽는 나라가 아니었다.
독서는
국가 운영의 기술이었고
자기 수양의 방법이었으며
지식인의 존재 방식이었다.
왕은 경연에서
신하들과 함께 경전을 읽으며
정치를 논했다.
세자는 서연에서
책을 통해 왕이 되는 법을 배웠다.
젊은 문신에게는
사가독서라는 제도를 내려
일을 멈추고
오로지 독서에만 몰두하게 했다.
독서는
시간이 남을 때 하는 일이 아니라
사유를 단련하는 일이었다.
조선 후기에는
평민들까지 소설을 빌려 읽었고
세책점과 방각본, 책쾌가 등장하며
독서는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갔다.
선비들은
책을 백 번 읽으면 뜻이 보인다는
독서백편을 믿었고
중요한 문장은
직접 베껴 쓰는 초서를 통해
사유를 몸에 새겼다.
조선에서 독서는
정보를 얻는 일이 아니었다.
독서는 사람을 만드는
가장 느린 사유의 기술이었다.
*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파리의 미국인 (An American in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