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문명론 15편 - 사유는 어떻게 기준이 되는가

조용히 바뀌는 정상의 조건

by 사유의 무지랭이

사유는 어떻게 기준이 되는가

— 조용히 바뀌는 비정상의 조건


사유는 선언으로 기준이 되지 않는다.

사유는 외침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지 않는다.


사유는 언제나

조용히 작동한다.


사유는 법이 되기 전에,

제도가 되기 전에,

의견이 되기 전에,

인간 내부에서 먼저 기준이 된다.


우리는 흔히

기준은 밖에 있다고 믿는다.

사회가 정하고,

다수가 따르고,

제도가 승인한 것이

정상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정상은

언제나 개인 내부에서 먼저 바뀐다.


질문이 사라진 삶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반복이 안정이 아니라

정체처럼 느껴지는 순간,

익숙함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순간.


이 미세한 어긋남이

사유의 시작이다.


사유는 기존의 기준을 부수지 않는다.

사유는 기준을 교체하지도 않는다.

사유는 단지,

더 이상 납득되지 않는 기준 앞에서

조용히 멈춰 선다.


그리고 그 멈춤이

새로운 정상의 조건을 만든다.


사유는 빠르지 않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사유는

가장 깊은 곳에서

기준을 이동시킨다.


어제까지 당연했던 것이

오늘은 어딘가 불편해지고,

어제까지 정상처럼 보이던 삶이

오늘은 설명되지 않는 공허로 남는다.


이때 사회는 아직 변하지 않는다.

제도도 그대로다.

그러나 한 인간의 내부에서는

이미 기준이 바뀌었다.


정상은 그렇게 바뀐다.

혁명처럼 오지 않는다.

선언처럼 울리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사유하는 인간의 수가

조금씩 늘어날 뿐이다.


그래서 사유는

사회에 맞서는 힘이 아니라,

사회가 뒤늦게

따라오게 되는 기준이다.


이 지점에서

다음 질문이 생긴다.


사유가 개인의 기준을 바꾼 뒤,

그 기준은

어떻게 사회와 문명으로

확장되는가.


이어 <사유문명론 16편 - 관점은 다시 인간을 세우는가>로 이어집니다.


이전 시리즈에서 잠깐 언급한

국내 번역서 <피네간의 경야>가 정확한 제목인지 생각해보려 한다. 의외로 이 책은 벽돌 책은 아니다.

대신 책의 주석부분이 더 크다.

주석 떼고 나면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다.

제목 Finnegans wake는

Finnegans 가 소유격(‘s)이 아니다.

그래서 번역이 <피네간들이 깨어남 - 장례>가 맞겠다.


첫장부터 나오는 의성어

<bababadalgharaghtakamminarronnkonnbronntonnerronntuonnthunntrovarrhounawnskawntoohoohoordenenthurnuk> 이런 천둥어(thunderwords)가 10번 나온다.

맞춤법 검사에 띄어쓰기 오류로 나온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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