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문명론 49편 - 설명은 왜 사유를 대신하려 드는가

질문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오는 가장 안전한 언어

by 사유의 무지랭이

* 질문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오는 가장 안전한 언어


[설명은 사유의 결과였지, 시작은 아니었다.]


원래 설명은

사유가 끝난 뒤에 따라오는 것이었다.

생각한 다음,

정리한 다음,

뒤늦게 붙는 그림자였다.


그러나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설명은 순서를 바꾼다.

사유보다 먼저 도착한다.


[질문이 없을 때 설명은 가장 강해진다.]


설명은 질문이 있을 때 불안하다.

언제든 끊길 수 있고,

되묻힘을 당할 수 있고,

멈춰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이 사라지면,

설명은 방해받지 않는다.

미끄러지듯 진행된다.

그래서 설명은

질문이 없을 때

가장 안정적인 언어가 된다.


[설명은 이해를 요구하지만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다.]


설명은 묻지 않는다.

따라오라고 말할 뿐이다.


이해했는지 확인하지만,

왜 그런지는 묻지 않는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지만,

멈추게 하지는 않는다.


설명은

사유를 자극하지 않고도

사람을 이동시킬 수 있는 언어다.


[설명이 늘어날수록 질문은 이상한 것이 된다.]


설명이 충분한 곳에서

질문은 어색해진다.

이미 다 말했는데,

왜 또 묻느냐는 분위기가 생긴다.


이때 질문은

사유의 표현이 아니라

방해물처럼 취급된다.

질문은 밀려나고,

설명은 더 늘어난다.


[설명은 사유를 대신하려 들기 시작한다.]


이 지점에서 설명은

보조가 아니라 대체물이 된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고,

의심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며,

멈추지 않아도 되게 만든다.


설명은

사유가 없어도

세계가 굴러가게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장치다.


[그래서 설명은 위험할 정도로 편하다.]


설명은 안전하다.

틀릴 위험이 적고,

속도가 빠르며,

관리하기 쉽다.


사유는 다르다.

느리고,

불안정하고,

언제든 방향을 바꾼다.


그래서 질문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사유보다 설명이 선택된다.


[이 지점에서 사유는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모든 것이 설명되는 세계에서

사유는 필요 없어 보인다.

이미 정리되어 있고,

이미 납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사유는

가장 깊이 밀려나 있다.


[이 편은 다음 질문을 강요한다.]


설명이 이렇게 쉽게

사유를 대신할 수 있다면,

사유는 어디로 돌아와야 하는가.


설명을 넘어서는 지점은

어디에 남아 있는가.


이어 <사유문명론 50편 - 사유는 어떻게 질문으로 돌아오는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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