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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침 오늘 아침 Jun 22. 2023

<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 의 쓸모,

나는 안온한 호사를 열망한다.


‘ 20대 후반은 서울 그리고 30대 후반은 해외에 있는호텔 연회장과 회의실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대행사에있었다.


나는 기획팀 그녀는 연출팀으로 우린 7년 전 즈음 칸쿤 출장 파트너로 만났다.


한 번 나가면 짧게는 열흘에서 길면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출장에서 객실 파트너는 예상보다 중요하다.


사람이라는 종족 특성상 유사 종족(?)을 만나면 경계하기 십상인데. 취향은 비슷하지만 성향에 있어선 산과 바다 같은 덕분인지 우린 금세 가까워졌다.


‘ 계기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녀 특유의 예의 바름에 즉시 무장해제 된 것이 아닐까. 고백하자면 난 격식이 몸에 밴 상대를 만나면 단숨에 빠져 버리고 만다.


‘ 몇 년이 지나 나는 퇴사를 하고 그녀는 결혼을 하면서 자연히 만날 기회를 잃었다.


‘ 제안은 내가 먼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일 년에 한 번 호텔에서 보자.'


‘ 겉으로 보면 일반적이지 않은 제안이지만 그걸 또 흔쾌히 응하는 답변에는 흔치 않은 지난 경험이 한몫한다.


‘ 만나면 클럽라운지에서 늦은 저녁을 겸해 간단히 한 잔, 그때부터 시작한 대화는 객실로 들어와서도 길게 이어진다. 그리고 이른 아침 일어나 함께 운동을 하고, 지난밤부터 원했던 사우나에서 한참 동안 여유를 부린다. 다른 투숙객이 다 지나간 조식 레스토랑을 찾을 즈음, 그제야 긴 침묵의 시간을 지나 지난밤에 이은 대화가 다시 시작된다.


‘ 시간이 된다면 호텔 앞 미술관에서 다 채우지 못한 대화를 나누다 내년을 기약하며 안녕.




만약 누군가를 만나 팔 할이 대화라면,

호텔은 꽤 권할 만하다.


목적이 뚜렷하면 방식은 간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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